플랫폼이 되고 싶은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

2024-10-02

한동안 공유 오피스가 어렵단 얘기가 많이 들렸다. 대표 주자인 위워크의 본사가 미국에서 파산신청을 했던 사건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이런저런 편의 시설을 모두 제공하는 대신 사용료가 다소 비싼 공유 오피스에 사람이 덜 몰리기도 했었다. 공유 오피스 회사들은 그래서, 각자의 활로를 모색 중인데 대표적 회사 중 하나가 패스트파이브다.

패스트파이브는 신사업으로 클라우드 관리서비스(MSP)와 IT를 접목한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이 주 사업인 패스트파이브에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패스트파이브는 주 사업과 신사업이 ‘플랫폼’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공유 오피스를 서비스하며 확보한 스타트업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이들에게 IT환경과 업무 특성에 맞는 인테리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우경 패스트파이브 인프라사업본부 이사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패스트파이브에 합류해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 이사를 최근 서울 역삼에 위치한 이 회사 공유 오피스에서 만났다.

패스트파이브가 신사업을 고민하게 된 것은 약 5년전 쯤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패스트파이브는 공유 오피스를 제공해 받는 임대료가 유일한 수익모델이었다. 회사는 부동산 임대업의 매출 확대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신사업을 골몰하기 시작했다. 그때 회사에 신사업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안한 것이 김우경 인프라사업본부 이사다.

“당시 패스트파이브가 공유 오피스 기반의 매출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임대업은 고객이 인입이 안 되면 매출이 끊기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인건비, 인테리어 등 운영비용(OPEX)이 많이 든다.”

김 이사는 패스트파이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사업을 고민하던 중, 이전에 몸을 담은 분야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떠올렸다. 패스트파이브가 임대업을 하면서 확보한 내부 고객 풀(Pool)을 공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입주사들이 패스트파이브를 떠나도 계속해서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패스트파이브에게 좋은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봤다.

그렇게 패스트파이브는 2021년 10월부터 클라우드 MSP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경력 10년차가 넘는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 클라우드 MSP 서비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 등 클라우드를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 전환, 구축, 운영, 유지보수 등을 해주는 곳을 말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서비스 초기 입주사들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MSP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현재는 외부 고객으로 확장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클라우드 MSP 주요 고객은 스타트업이다. 단 시간에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특성상, 클라우드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만큼 이는 패스트파이브에게도 수익확대라는 이점을 가져다준다. 대표적으로 루닛, 퓨리오사AI 등이 패스트파이브의 고객이다. 패스트파이브는 공유오피스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입주사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할인해준다.

“스타트업에게 클라우드, 서버, 인프라, 보안 등을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고 있다. 저희가 다 개발하고 보안을 세팅하는 등 고객사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패스트파이브가 클라우드 서비스로 스타트업을 공략하는 것은 이른바 틈새시장 전략이다. 일반 클라우드 MSP 기업들의 경우 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수요는 많으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을 패스트파이브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밌는 점은 클라우드 서비스 고객이 인테리어 고객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입주사들은 규모가 커지면 따로 사무실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데, 패스트파이브를 나가면서 패스트파이브에게 인테리어를 맡길 수 있다.

“결국 입주사들은 규모가 커지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지 않고, 외부에 나가 임대 사무실을 얻는다. 이때 패스트파이브에서 부동산 중개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업무 생산성을 보여주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

패스트파이브가 자랑하는 것은 IT를 결합한 고객 맞춤형 인테리어다. 그동안 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고객사의 업무 데이터 등을 받아 이를 분석해 최적의 사무실 인테리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패스트파이브는 중소중견 기업 중에서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위해) 인테리어를 가장 많이 발주했던 고객이었다. 또 이를 다시 공유 오피스 입주사에게 제공하면서 공간에 대한 고객 경험,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저희가 인테리어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고객 관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외근 직원이 많은 경우 외근직 자리를 별도로 모으거나, 2~3인 회의가 많은 곳은 소형 회의실을 여러 개 만드는 식이다. 이를 위해선 고객사의 업무 방식, 형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IT기술 접목은 필수적이다.

“인테리어 회사 중 드물게 내부에 전문 IT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으며 AI 플랫폼 스타트업이나, IT기업들의 인테리어를 할 때 인프라, 서버실 등을 전문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망분리를 적용받는 전자금융업자 고객에게 인테리어 첫 단계부터 망 분리를 고려해 시공을 할 수 있다. 전금업자 외에도 IT기업이나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정보보안 인증, 망분리 등에 대한 법규를 준수해야 하는데, 인테리어와 이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패스트파이브가 말하는 차별점이다.

결과적으로 패스트파이브는 공유 오피스로 시작해 입주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규모가 커진 입주사가 나갈 때 인테리어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계속해서 고객으로 묶어둘 수 있는 플랫폼이 패스트파이브가 그리는 비전이다.

김 이사는 “패스트파이브의 누적 입주사 수는 2만6000곳인 반면, 현재 입주사들은 3400곳”이라면서 “나머지 약 2만2000개의 고객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산업과 엮었다”고 신사업의 의의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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