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中企 업종 진출에 대한 걱정

2024-10-01

최근 대형 전선업체의 자회사가 중소기업들이 영위하고 있는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당초 신소재 사업을 위해 설립된 이 회사가 신사업 외에 기존 전통적인 금속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초기에 정부는 특정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여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하였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제도이다. 이 제도는 특정 업종에 대해선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중소기업이 경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방지하고,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지금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지정되었던 품목들이 모두 해제되고 현재는 별도 지정 없이 사후관리 형태로만 운영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규제 완화 바람이 불면서 하나 둘씩 해제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두부, 장류, 유리, 레미콘, 아스콘 등 약 47개 업종만이 남아있는 상태여서 사실상 폐지된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후 대기업 계열이 중소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 산업에 발을 들이는 경우가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앞서 말한 A사는 동박용 구리 신소재 사업을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는데, 이후 구리 스크랩을 녹여 전선용 소재(JCR ROD)를 만드는 재생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선용 소재는 크게 전기동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SCR ROD와 구리 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JCR ROD로 구분된다. 전자는 전선 대기업들이, 후자는 주로 중소 신동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는 시장이다.

A사는 사업 시작 초기에 동박용 신소재 제조를 사업목적으로 삼았지만 전기차 캐즘 등의 영향으로 동박 시장이 어려움을 겪자 빠른 시간 내에 사업화가 가능한 재생동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주요 설비까지 발주한 상황이다. 당초 기존 사업체를 인수하려 했다가 무산되면서 신규 진입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를 계열로 두고 있는 대기업 관계자는 “전 세계 트렌드가 친환경 리사이클을 중시하는 것으로 변화하면서 재생동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친환경 리사이클링 소재 사용을 의무화 하고 있어 사업 진출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존 사업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기업의 횡포’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신사업 시장이 좋지 않으니 당장 매출 발생이 가능한 사업으로 선회하면서 직접적으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것이다. JCR ROD가 전선용 소재라 대형 전선업체와 계열사를 캡티브마켓으로 보유하고 있는 A사가 한정적인 국내 시장 수요를 크게 가져가면, 기존 사업자들의 판매가 줄어들어 경영환경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인력난에다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강력한 경쟁자까지 등장했으니 살아남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물론 자유경쟁시장에서 기업의 투자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생태계 조성은 아무래도 대기업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산업 업황이 아직도 어렵긴 하지만 건강한 생태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대기업의 판단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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