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대단원의 막이 내렸다. 필자는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출품작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 소개된 수 많은 첨단 제품을 인공지능(AI)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를 바꿔놓을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세상은 이미 '플러스 AI(+AI)'가 아니라 AI 플러스(AI+)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할 수 있었다. 기존의 산업이나 제품에 AI 기술을 추가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부가적 요소로서의 +A가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AI+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AI+는 기업 전략과 조직 운영의 관점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조직 구조, 업무 프로세스, 가치사슬(Value Chain), 고객 창출 방식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나 산업에 단순히 AI 기능을 얹어 확장하거나 보완하는 차원이 아니라 AI, 데이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과학 기반 생태계로 대전환하는 AX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35년 간의 지식정보혁명의 물결을 들여다보면, 넥스트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는 기업이 어김없이 챔피언에 올라섰다.
1990년대 PC가 확산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용체계(OS)로 세계시장을 장악했고 인텔은 CPU로 PC의 표준을 만들며 단숨에 반도체 1등 기업이 됐다. 1990년대 인터넷이 등장하자 야후가 검색포털을 장악했고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을 시작으로 전자상거래 개척자로 등장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에 사용자가 참여하는 웹2.0시대가 되자,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이 시장을 바꿔놓았다. 우버, 에어비앤비, 트위터, 링크드인 등이 가세해 플랫폼 경제를 완성했다.
이어 2007년 아이폰이 모바일 혁명을 촉발시키면서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애플리케이션(앱) 경제(App Economy)'가 열렸고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구독경제를 이끌어냈다. PC와 모바일의 융합은 데이터 폭증의 시대를 열었다. 이 틈을 타 아마존(AWS), MS(애저), 구글(클라우드) 등이 클라우드로 대박을 터트렸다.
2010년대 중후반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들이 AI 분석 및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예측·추천 시스템, 자율주행, 음성인식, 이미지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 2015년 12월 창업된 오픈AI가 있다. 오픈AI는 2022년 11월 30일 웹 페이지와 블로그 게시물, 뉴스 기사 등 수많은 웹 텍스트와 서적, 프로그래밍 코드, 위키피디아 등 대규모 텍스트 데이터 셋으로 훈련된 초거대 언어모델 챗GPT를 공개하면서 AI시대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됐다. AI 열풍에 힘입어 엔비디아가 AI 칩으로 새역사를 만들고 있다.
CES 2025는 플랫폼 경제, 구독경제, 앱 경제에 이어 넥스트 AI 비즈니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첫째, AI+X로 비즈니스가 대전환 된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자동차, 로봇 등 모든 HW 제품의 핵심은 AI를 중심에 놓고 재설계되고 있었다. 멍텅구리 HW를 '뇌 달린 HW'로 바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하는 게 화두였다. 어르신이 TV 앞에 서면 글자가 크게 나오고 AI 베개는 코를 골면 머리 자세를 바꿔준다. 모든 산업이 AI+제조, AI+의료, AI+금융, AI+교육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둘째, 상상초월 제품이 등장한다. 기존 차량과 완전히 다른 운전대와 운전석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등장했다. 차량의 형태도 박스형으로 기존의 실내 구조와 완전히 다르다. 운전은 AI가 알아서 하고 사람은 차에 앉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목적지까지 AI 기사가 데려다준다. 트랜스포머 차량(이동주택)이 등장해 차를 세우는 곳이 집이 된다.
셋째, 로봇 세상이 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로봇개, 펫로봇, 로봇 트랙터, 잔디깎이 로봇, 수영장 청소로봇, 물류 로봇, 외골격 로봇, 홈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사람의 일을 대신 해준다.
넷째, AI가 개인 건강 챙긴다. 매일 거울만 쳐다봐도 심장 질환 가능성을 경고해주는 '심장 거울'이 등장했다. 소변을 보면 AI가 요실금, 전립선 문제를 파악해 이를 개선해준다.
다섯째, 모든 장비를 음성으로 작동시킨다. 거의 모든 제품에 음성 UI가 탑재돼 사용법을 몰라도 말만 하면 AI가 알아서 기능을 구현해준다.
AI가 또다시 산업의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트랜드를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이 뉴 챔피언으로 도약할 것이다.
최은수 aSSIST 석학교수·인텔리빅스 대표·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