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복귀한 이해진, 美 '투자법인'부터 설립···왜?

2025-06-09

7년 만에 경영 전면에 나선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복귀 첫 행보로 해외 '투자 법인' 설립을 선택했다. 유망한 스타트업과 인재를 발굴함으로써 '인공지능(AI)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신설 투자법인 '네이버벤처스'를 설립한다.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부문 대표의 주도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 발굴을 본격화한다. 네이버가 해외 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네이버의 이번 현지 투자법인 설립은 이해진 의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첫 행보이기도 하다. 앞서 이 의장은 2017년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직함을 달고 조언자 역할만 수행해왔다.

네이버 벤처스의 첫 투자처는 비디오 AI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다. 트웰브랩스는 2021년 설립된 회사다. 한국인이 만든 AI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엔비디아 투자를 받아 주목 받았다.

업계에서는 AI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네이버의 오랜 꿈인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이는 네이버벤처스 설립을 공식화한 행사에서 나온 그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AI 기술은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나 인력 등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까지도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싸워왔고, 그 싸움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며 "네이버는 역량 있는 스타트업, 인재들을 찾아 투자하고, 지원하며 네이버의 경험과 연결, 함께 성장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AI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의 북미 사업 시너지를 위한 선택으로도 읽힌다. 현재 네이버는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2023년 인수한 후 북미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제일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분야는) 상거래 쪽"이라며 "외부에서는 포시마크 투자를 두고 '왜 네이버가 중고 시장에 난데없이 투자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상거래 데이터를 보고 있다"고 커머스 사업을 통한 AI 사업 확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의 글로벌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의장은 복귀 이후인 지난달 말 최 대표와 함께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 의장은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의 회동에서 인공지능(AI) 등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의장은) 현재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최수연 대표의 미션인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독려하고, 호흡을 맞추기 위한 지원사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 미래 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밸리는 IT 인재가 많이 모이는 지역"이라며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투자법인 설립은) 단순 협력이 아닌 (네이버의) 자본이 투입되는 것이라 리스크가 따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성과도 있다"며 "네이버가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세우고 투자하는 것은 긴밀한 협력이 가능하고, 현지이다 보니 AI 관련 기술력도 더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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