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앤텍벤처투자 시즌2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IPO 중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민간 기업과 전략적 협업 모델을 구축하고, 금융과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민간출자자(LP) 맞춤형 운용사'로 진화하고자 합니다”
설립 25주년을 맞은 지앤텍벤처투자는 올해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00년 자기자본 투자로 출발한 이래, 2012년부터 본격적인 펀드 비즈니스에 뛰어들며 누적 운용자산 약 4300억원, IRR(내부수익률) 평균 19.2%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록해온 중견 벤처캐피털(VC)이다. 반도체·바이오헬스·인공지능(AI) 로봇 등 초격차 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기업을 발굴하고, 다수 기업공개(IPO) 성공 사례를 남기며 시장의 조용한 강자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지앤텍벤처투자의 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IPO 및 세컨더리투자의 명가라는 재무적 투자자 타이틀을 넘어, 전략적 운용 역량까지 갖춘 '에이전트형 CVC'로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간 자본 기반의 펀드 조성과 인수합병(M&A) 중심 회수 전략을 통해 정책 자금 의존도를 낮춘 선진형 VC 모델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장성과 실전형 전략을 앞세운 강 대표는 지금 지앤텍벤처투자의 시즌2를 이끌고 있다. 그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기술 생태계가 급변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 VC 업계의 엑시트 다변화, 민간 자본 유입 확대, 글로벌 투자 체계 확립 등 구조적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한 인물이다. 그를 만나 지앤텍벤처투자가 꿈꾸는 미래의 벤처 생태계와 새로운 VC 모델의 방향성을 들어봤다.
대담=길재식 디지털금융부 부국장
- 지앤텍벤처투자의 주요 성과와 올해 중점 사업은?
▲설립 초기 자기자본 투자로 출발했지만, 2012년부터 펀드 비즈니스를 본격화해 누적 43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9개, 약정총액은 3110억원에 달한다. 12년간 운용하며 청산 완료된 5개 블라인드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IRR(내부수익률) 19.2%에 달한다.
과거 카카오, 알테오젠, 카페24 등을 투자하여 우수한 성과를 내어온 바 있으며,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에이피알(APR) 회수를 통해 투자 원금 대비 약 7.3배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는 당사가 초기부터 3회에 걸쳐 투자하며 성장을 같이해온 산업용 로봇기업 나우로보틱스가 코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초격차 분야로 AI반도체용 CXL표준 선도기업인 파네시아, 국내 독보적 디자인 협업 솔루션 기업 미리디 등이 향후 기대감 높은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 지앤텍벤처투자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지앤텍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을 내는 하우스를 표방한다. 외형상으로는 국순당의 자회사이지만, 독립된 펀드 운용사로서 철저히 수익률 중심 운용 전략을 펼쳐왔다. 특히 과거 '프리 IPO 세컨더리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기부터 이 영역에 선제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입증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우리가 이런 성과를 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IPO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이다. 상장 직전 단계에서 회수 전략을 설계하는 세컨더리 펀드를 꾸준히 운용하며 시장 흐름을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꾸준히 운용하고 있기에 당사 인력들은 증권시장과 벤처투자시장에 모두 익숙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두 번째는 기업 LP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펀드 운용이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뿐 아니라, 피투자기업과 출자자 간의 협업 기회를 도모하는 CVC형 펀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예컨대 대기업인 CJ대한통운과 함께 자동화 분야에 특화된 펀드를 기획하고 결성해, 산업 내 유망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협업으로 이어지게 한 구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굴한 투자기업들이 에이피알, 나우로보틱스 등이다. FI(재무적 투자자)이면서도 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의 전략적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CVC'역할을 처음 시도해본 것이고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 국순당과의 관계와 설립 배경은?
▲지앤텍벤처투자는 2000년에 증권사 IPO 실무자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이후 2012년 당시 2대 주주였던 국순당이 1대 주주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됐고, 현재는 코스닥 상장사 국순당의 자회사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펀드 비즈니스를 이어가고 있다.
국순당과는 전략 투자보다는 펀드 출자와 성과 공유 통해 상호 성장을 이끌어가는 관계이다. 다만, 투자한 기업 중에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 있을 경우 연결을 통해 시너지를 내도록 돕고 있다. 슬래시비슬래시라는 컨텐츠 기획 능력을 갖춘 회사에 국순당에 소개해 국순당 IP를 활용한 기획이 대표적이다.
- 벤처투자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몇 년간 고금리, 출자 축소,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이 높아지는 등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조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미래 성장 기술을 발굴하는 모험자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조성된 펀드들이 향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온 전례가 많다. 시장 바닥은 어느 정도 다져졌고, 반등 국면으로 전환되는 조짐도 보인다. 회복 속도는 빠를 것으로 본다.
- 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VC 역할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서는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 유리하다. 미국은 VC가 투자한 벤처 기술이 자연스럽게 대기업에 흡수되는 구조인데, 한국은 IPO가 유일한 엑시트(Exit) 모델이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다. 인수합병(M&A)가 활성화되지 않아 VC 전략이 IPO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IPO가 창업된 회사를 독자적으로 세우는 엑시트 방식이라면, M&A는 우수한 기술 및 인력을 인수기업에 흡수시킴과 동시에 자금순환까지 역동적으로 일어나는 협력적 모델이기에 산업적으로 단순 투자회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AI, 휴머노이드 로봇, 양자기술 등 지금까지 없었던 기술들이 등장해 급변하는 시대에는 기존의 기업에 패스트팔로워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원천기술을 가진 벤처기업들을 빠르게 발굴 육성해 대기업에 접목하는 역량이 더더욱 중요한 때이고, 시간 단축을 위해 투자와 인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기업의 수요에 맞춘 기술과 인력 공급을 선도할 수 있는 VC와 기업의 수요를 이해하는 산업계 심사역들이 인정받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역량을 갖춘 VC 심사역들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대표이사로서 지앤텍벤처투자를 어떤 기업으로 육성할 것인가.
▲지앤텍벤처투자는 과거 10년간 투자한 기업의 40%가 IPO에 성공할 정도로 검증된 IPO 명가이다. 이를 통해 다수의 정책자금 기반 펀드를 운용하며 우수한 성과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최근 고금리와 금융환경 악화 등의 문제로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롭게 진화를 꿈꾸며 새로운 시즌을 열고자 하고 있다.
지앤텍벤처투자 시즌2의 핵심은 민간자금 중심의 맞춤형 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금융, 자산가들로 대변되는 민간LP 니즈를 주목적으로 설정한 맞춤형 펀드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관된 정책자금 중심의 기존 벤처투자 구조에서 탈피하여, 민간 자본·기업·금융, 개인 자산가 등과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벤치마킹 시장인 미국의 경우 패밀리오피스 기반 개인 자산가의 수요에 맞춰 투자하거나, 인수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발굴해 사전 투자하여 M&A 중심의 회수 전략을 유연하게 설계하는 민간 중심 VC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국내는 정책성 자금 비중이 높고 민간 자본의 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지앤텍벤처투자는 최근의 침체하는 벤처투자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자금과 금융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기업까지 포함한 민간 LP 자금 니즈에 모두 부합할 수 있는 선진화된 VC로써 차별화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도 금융, 산업, 기업 경영을 폭넓게 이해하는 인력 풀을 갖춰가고 있으며, 민간 자본과 전략적 니즈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운용 조직을 지속해 강화하고 있다.
- 지앤텍벤처투자의 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정책LP과 민간LP을 모두 만족시키는 'LP 맞춤형 펀드 운용사'를 꿈꾸고 있다.
현재 지앤텍벤처투자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운용하는 세컨더리 펀드를 지속 운용 중이다. 국내 시장은 M&A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보니 IPO 이전에 중간 회수 시장이 부재한 상황이다. 자금순환과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중간 회수는 심각한 이슈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컨더리 펀드의 결성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지앤텍벤처투자는 이러한 배경에서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제적으로 선별하고 자산을 재배치하는 세컨더리 펀드 운용에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한편 앞서 설명한 민간LP 중심 펀드를 다수 결성해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과 기업, 개인과 같은 민간LP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원하는 방향에 맞춰 최선의 설계를 하여 운용할 것이고, 수익성은 기본이고 전략적 목적과 정보취득까지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할 것이다. 단순 투자자금 운용사 이상의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이 과정에서 M&A를 통한 엑시트까지 다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여, 벤처투자시장의 선진화를 추구할 것이다.
해외 진출 또한 장기적 비전으로 보고 있다. 한정된 크기의 국내 시장에 국한된 투자 영역을 폭넓게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벤처투자는 투자 기업과의 밀접한 교류가 필수이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의 관리 효율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두바이 등에서 현지 투자자, LP들과 교류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현지 파트너십 체결이나 지사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 운용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준규 지앤텍벤처투자 공동대표는…
카이스트 MBA, 서강대 전자공학 석사 출신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교인베스트먼트를 거쳐 지앤텍벤처투자에 합류했다. 삼성전자 통신연구소 연구개발, 무선사업부 마케팅·상품기획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VC업계에서 드라마앤컴퍼니, 코리아센터, 포인트모바일, 켐트로스, APR, 파네시아 등에 투자했다. 현재는 지앤텍벤처투자 공동대표이자 투자본부장으로서 IPO, M&A 전문성과 전략적 펀드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