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사저 정치’에 말 못 하는 국힘… ‘탄핵의 늪’ 빠지나 [6·3 대선]

2025-04-14

말로만 “성찰”… 尹 징계·출당 안 해

친윤 ‘막후 정치’ 尹 전언 쏟아내고

경선에선 탄핵 반대파 수적 우위

“탄핵 찬반 구도 땐 필패” 우려 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사태를 감행해 탄핵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저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거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탈당·징계 논의는 실종된 반면, 윤 전 대통령 사저를 다녀온 친윤석열(친윤)계의 전언들은 쏟아져 나온다. 중도층 지지를 받는 탄핵찬성파마저 잇따라 대선·경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국민의힘 경선 전반에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이다. 당내에선 수직적 당·정 관계를 청산하지 못해 ‘총선 참패’를 맞이했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패배의 신호’를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자신들의 잘못은 조금도 반성할 줄 모르면서 권력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우리 당은 민주당과 다르다.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위에 반성과 성찰을 거쳐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8일 “의회 독재를 용납할 수 없고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발언과 달리, 윤 전 대통령과 관계 단절을 위한 당의 구체적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회의를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징계나 출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을 앞두고 강성 보수층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망설이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는 메시지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도 않은 채 “나라와 국민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면서 정치 행보 재개 뜻을 내비쳤다. 윤 전 대통령은 나경원·윤상현·이철우 등 친윤계 인사들을 불러들여 ‘전언 정치’도 이어갔다.

당내에선 이러한 ‘윤 전 대통령의 행보와 절연하지 않는 것이 4·10 총선 참패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좁힐수록 중도층 민심은 멀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 강행’, ‘의대정원 증원 혼선’ 등 대통령실발 논란에 대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 한번 이끌어내지 못했고, 결국 108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거둔 탓이다.

민심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다시금 요구하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3000명을 전화면접조사한 결과,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잘한 결정’(67%)이라고 응답한 여론이 ‘잘못한 결정’(28%)이라고 응답한 이들을 압도했다.

그렇지만 중도 소구력이 높은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 탄핵찬성파들이 대선·경선 불출마를 잇달아 선언하며 차기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결정짓는 경선은 친윤·탄핵반대파가 수적 우위를 점하는 분위기다. 자연스레 당내에선 ‘탄핵의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경선이 ‘탄핵 찬반’에 대한 쟁점으로 흘러가게 되면 우리는 필패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을 벗어나지 못하면 중도층이 국민의힘 비전과 후보들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 후보만 본선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나현·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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