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3도 액체산소 주입’ 굉음 울리는 발사대···누리호 4차 발사 준비 현장 가보니

2025-09-17

우주센터 발사대서 누리호에 ‘액체산소 주입’

영하 183도 극저온…동체 내구성 확인 실험

발사대선 온도·습도 맞춘 공기 공급장치 굉음

11월 우주로…정확한 발사일 오는 26일 결정

지난 16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대. 늦여름 강한 햇살 아래에서 아파트 16층 높이(47.2m)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대에 우뚝 서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흰색 동체가 뿜어내는 위용은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았다. 누리호 주변에서는 안전모를 쓴 기술진 10여명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를 대상으로 한 ‘추진제 충전·배출 사전시험(WDR)’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WDR은 로켓 연료를 태우는 데 꼭 필요한 산화제인 ‘액체산소’를 발사 전에 누리호 동체에 주입했다가 빼내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11월 발사될 4차 누리호를 대상으로 한 이번 WDR 절차는 총 3일간(9월16~18일) 진행된다. 이날 공개된 1일차 과제는 누리호를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에서 꺼내 발사대로 옮겨 기립시키는 것이었다. 2일차에는 액체산소를 누리호 동체에 주입했다가 빼내고, 3일차에는 누리호를 조립동으로 복귀시킬 예정이다.

WDR은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매번 했던 일은 아니다. 누리호 1차 발사(2021년 10월) 때에는 했지만, 2차(2022년 6월)와 3차 발사(2023년 5월) 때에는 안 했다.

이번 4차 발사를 앞두고 WDR을 다시 시행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4차 발사부터는 누리호 제작 과정을 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 측이 아니라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관해서다. 게다가 3차와 4차 발사 간격이 2년 6개월이나 벌어져 있다. 발사 준비 주체가 바뀌었고, 발사 또한 오랜만이다. 4차 누리호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WDR을 하면 누리호 안으로 영하 183도에 이르는 액체산소가 흘러드는데, 이때 누리호는 기계적 측면에서 스트레스에 직면한다. 박종찬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차가운 액체산소는 누리호 내 금속을 수축시킨다”며 “누리호 동체의 문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구성을 확인하는 데에 WDR이 제격이라는 뜻이다.

이날 누리호 주변을 가득 메운 굉음도 원활한 WDR 준비의 일부였다. 야외인데도 지하철 객실 소음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의 소음이 계속해서 귓전을 때렸다. 2~3m 옆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알고 보니 이 소음은 WDR 때문에 실내 조립동에서 야외로 나온 누리호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돕는 공조 장비의 작동음이었다.

이날 김대래 나로우주센터장은 “해당 기계는 누리호 동체 내부로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지닌 공기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우주 발사체는 수십만개 부품 중 일부가 경미한 고장만 일으켜도 발사 실패라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그런 일을 최선을 다해 방지하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전산센터나 미술품 보관 공간에 설치된 환경 관리 장비와 목적이 같다”고 설명했다.

4차 누리호는 올해 11월 말 발사된다. 정확한 발사일은 WDR 결과를 종합해 오는 26일 정해진다. 다만 발사 시각은 이미 결정됐다. 오전 0시 54분~1시14분이다. 지구 자전을 고려할 때 4차 누리호에 실릴 ‘차세대 중형위성 3호’를 적절한 궤도에 올리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다.

이날 우주청과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우주센터 내 ‘하이드라진 충전 시설’도 공개했다. 하이드라진은 인공위성 자세 제어 등을 위해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연료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도 하이드라진이 들어간다.

윤영빈 우주청장은 “WDR에서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을 위해 각종 절차를 실전처럼 점검한다”며 “발사체와 발사대 준비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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