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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마약류를 제공한 의사 등 전·현직 의원 관계자와 투약자 총 115명이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생일 기념’ ‘출소 기념’으로 마약을 제공하며 투약자의 중독성을 높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3일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의사 A씨(60대)와 간호조무사 10명, 상담실장 4명 등 의원 관계자 1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비인후과 의사로, 지난해 11월29일 구속 송치됐고, 나머지 의원 관계자와 투약자 총 114명도 지난해 9월부터 차례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A씨로부터 34억원 상당의 범죄수익도 환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 15명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3년7개월 동안 미용시술을 빙자해 수면마취제 계열의 마약류(프로포폴·레미마졸람 등) 등을 내원자 105명에게 1만7216회에 걸쳐 투약해 총 41억4051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2023년 1월부터 11개월간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16차례에 걸쳐 스스로 투약하기도 했다.
이들이 벌인 ‘마약 서비스’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횟수와 용량에 따라 가격을 정하고, 수요가 많으면 ‘일요일 영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생일을 맞은 투약자는 ‘생일 기념’으로, 구치소에서 출소한 이들에겐 ‘출소 기념’으로 서비스 투약을 제공하며 투약자를 관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투약자들은 마약 중독의 늪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들었다. 검거된 투약자 100명은 각각 최소 6회에서 887회에 걸쳐 마약류를 불법 투약을 받았는데, 1억원 이상을 지불한 투약자만 12명이었다. 하루 최대 28회에 걸쳐 투약받거나, 하루에 최대 1000만원을 결제한 이도 있었다. 전 프로야구 선수 오모씨도 이 의원을 다섯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류 사용을 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투약자들에게 1회당 10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 병원에서 105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받았지만, 4명은 사망했고 1명은 이미 같은 혐의로 이미 처벌을 받아 송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같은 혐의로 처벌 받은 1명은 2023년 9월 적발된 ‘람보르기니남’이었다.
이들은 범죄 은폐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약자 주민등록번호를 허위로 사용하고, 마약류 투약기록 2703건과 진료기록 559건을 거짓 작성·보고했다. 또 상담 전용 대포폰과 탈세용 장부를 따로 만들었다. 한 투약자가 의원 주차장에서 사고를 내자 범행 발각을 우려해 퇴원 전 투약자들에게 마취에서 깨는 해독제를 놓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포폴과 효능·용법이 유사한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병용했다. 관련 법에 따라 마약류 관리·사용은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지만,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보고 의무가 없어 마약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투약은 물론 용법, 용량에 따라 사용해도 쉽게 중독될 수 있어 꼭 필요한 상황 외에는 회피해야 한다”며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기 전 대량 불법 유통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