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02/13/20250213510933.png)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시민덕희’의 실제 주인공 김성자(51)씨가 범인 검거에 공을 세웠지만 경찰이 자신의 몫을 가로챘다고 폭로했다.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가 친구들과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총책을 잡으러 나서는 영화다. 영화에서 배우 라미란이 연기한 ‘덕희’의 모델이 된 인물이 김씨다.
김씨는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보이스피싱 총책을 추적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2016년 1월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11회에 걸쳐 총 2730만원을 송금하는 사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그는 빠듯한 형편에 소송까지 겹친 상황이었다. 그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미싱 부업을 하고 있었다. (보이스피싱 당한 돈은) 밤이고 낮이고 틈만 나면 일하면서 모은 돈이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범은 김씨에게 전화해 ‘빨리 공탁금을 걸라’고 요구했고, 재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김씨는 당시 1500만원의 공탁금을 감당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봤는데, 그 과정에서 정보가 팔려나간 것.
보이스피싱 수법은 치밀하고 집요했다. 김씨는 ”아들 명의로 넣었는데 은행 직원이라면서 ‘본인 명의로 다시 보내면 이전 거는 돌려드릴게요’라고 하더라. 옆에서 듣고 있던 상인분들의 도움으로 10분 만에 빌린 1600만 원을 바로 송금했다”고 했다.
그는 “저희 세탁소가 사랑방이라 주변 상인분들이 많았다. 같이 있던 상인분들도 진짜라고 믿고 도와준 거다”고 회상했다.
전재산에 더해 빌린 돈까지 잃은 김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매일밤 술과 수면제를 먹어 정신을 잃을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는 딸과 아들의 눈물에 다시 일어났다.
![](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02/13/20250213511240.jpg)
보이스피싱범 정보제공 후 직접나서…검거 후 피해금액도, 포상금도 못 받아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전화해 욕을 잔뜩 했다는 김씨. 그는 “돈을 안돌려줘서 10원 보내고 대포통장 신고하고 통장을 못쓰게 막아버렸다. 계속 전화했다. 다른 사람과 통화 못하게 24시간 전화하면서 계속 욕을 했다”라며 “5일 욕하니까 나도 내 생활이 안돼서 저주의 말을 보내고 끝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시작. 김성자 씨는 “‘저 좀 도와주세요’라 해서 욕하고 끊었더니 다시 전화가 왔다. 총책 정보를 주겠다‘더라”고 떠올렸다. ‘감금돼서 두들겨 맞고 있다’며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게 보이스피싱범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모은 김씨는 총책이 설날을 맞아 입국한다는 말을 듣고 총책의 사진, 항공편 등을 경찰에게 넘겼으나 경찰은 핑계를 대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한 달간 총 5억 여 원 피해를 입은 800여 명 피해자들을 모았다.
김성자 씨는 “사실 그 과정에서 한 분이 돌아가셨다. 피해 증거 확보차 연락했는데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이분 옥상에서 떨어져서 머리 수술 중입니다’라고 문자가 왔다. 그리고 부고 문자가 왔다. 그게 제 부고 문자 같은 거다”고 속상해했다.
총책을 직접 잡기로 결심하고 총책 자택 앞에서 잠복하던 중 뉴스 보도로 총책이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에 큰 공을 세운 김씨에게 경찰이 검거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이다.
김씨가 준 정보로 범인을 잡은 경찰은 “다음에 연락하면 오세요”라고 말할 뿐이었다고. 경찰은 사건 발표 때도 시민의 제보로 검거했다는 내용을 누락했다.
피해 금액은 물론 포상금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포상금)1억을 못 받았다. 범인이 잡히고 1억8천만 원이 압류가 됐는데, 당시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8월 뒤늦게 포상금을 받았다. 사연이 전해진 뒤 대검찰청에서 국민권익위원회로 포상금 지급을 추천했고, 권익위는 김씨의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과 공익 증진 기여를 높게 평가해 사기 피해 금액의 약 2배인 포상금 5000만원을 지급했다.
김씨는 영화가 나온 후에도 담당 경찰들에게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대신 다른 경찰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김성자 씨는 “국민권익위에서 돈을 받고 한참 생각했는데 원금(피해 금액)을 회수하는 법을 만들려고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