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점심시간을 앞두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넘쳐났지만, 구두수선소를 찾는 이는 없었다. 이곳에서 40년 넘게 구두를 수선해 온 조모(75)씨는 “80년대 구둣방이 잘 나갈 땐 월 300만원 이상 벌었는데, 요즘은 종일 1만원도 못 벌거나 아예 공 치는 날이 허다하다”며 “7~8월 매출액 평균이 45만원인데, 재료비·전기세 빼면 최저임금도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씨가 달력에 적은 장부를 보니 실제 7월 평일 중 매출이 0원인 날이 8일에 달했다. 그는 “젊었을 땐 이 직업이 영원할 줄 알았다. 이 나이에 다른 일을 새로 배울 수도 없으니 그냥 버티는 것”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거리의 구두수선공이 사라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17곳에 달했던 서울시 구두수선대는 2019년 979곳, 2021년 882곳, 올해 7월 기준 725곳으로 9년 새 35.1%(392곳)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8곳이 사라졌다.

이는 ‘정장에 운동화’ 차림이 일상화하고, 싸게 사서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 문화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임호선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23년 서울 소재 대학교 학생 및 교직원 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들도 구두보다 운동화를 더 많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의 경우 현재 소유한 운동화는 3~4켤레, 구두는 1~2켤레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신발 구매 시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건 착화감(106명·35.3%)으로, 점점 더 편한 차림을 선호하는 추세다.
더이상 구두수선 일을 배우려는 청년은 없고, 기존 수선공은 고령화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두수선대 운영자의 평균 연령은 2016년 62세에서 올해 69세로 매년 증가세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궂거나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 등으로 가게 문을 안 열거나 일찍 닫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김모씨(37)는 “구두 굽을 갈고 싶은데 회사 근처 구둣방은 자취를 감췄고, 집 근처 구둣방은 퇴근하면 이미 문을 닫아서 며칠째 헛걸음한 경험이 있다”며 “이런 불편함 때문에라도 (쉽게 신다 버릴 수 있는) 값싼 구두나 운동화를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구둣방 대신 ‘온라인 구두수선소’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구두를 수거해 가서 수선한 다음 다시 집으로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반대로 ‘셀프 수선 키트’를 사서 구두 굽이나 밑창 보강 정도는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일수록 격식보다는 편의를 중시하는 데다, 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구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다”며 “의식주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좋은 구두를 만들고 수선하는 기술을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두수선공 조씨는 “구두 수선 기술이 예전만큼 존중받지 못하게 된 것 같아 아쉽지만 이건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손님 한두명이라도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사랑방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