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의 달’인 5월에는 가족행사가 많다. 모처럼 부모님을 뵈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어디 아프신 곳은 없는지 여쭤보기도 하면서 담소를 나누곤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걱정이 더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에 비해 한층 연로하고 힘없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되면 보약이라도 지어드려야 하나, 건강검진이라도 받게 해야 하나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고령층의 건강은 관리 상태에 따라 심하면 하루하루가 달라진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3년 기준 평균 83.5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2022년 기준 65.8세에 그친다. 평균적으로 17년 이상 질병이나 부상 등을 겪으면서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고령층의 건강간리에 필수라고 말한다. 부지불식간에 생길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을 예방하고, 암 등 질병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건강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년마다 한 번씩 진행하는 국가건강검진을 본인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다. 이 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 60세 이상의 경우 2023년 기준 500만 명을 넘어섰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검진은 질병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담당의사와 평생 건강검진 주기와 항목을 상의해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권했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해도 새로운 질병이 생기기도 하고, 병이 생겼으면 빨리 치료를 받아야 예후가 좋다”며 “어르신들에게 ‘건강수명이 5년 이상 될 것 같으면 내시경을 하시라’고 이야기하며 검진을 권한다”고 전했다.
국가건강검진은 문진이나 흉부방사선 촬영, 혈액·소변검사 등 기본적인 검진으로 구성된다. 노년기에는 추가적 검진 항목을 제공한다. 66세가 넘으면 하지기능과 평형성 등을 측정하는 노인신체기능검사를 받을 수 있고, 2년마다 인지기능장애검사(KDSQ-C)도 실시한다. 60세 이상 여성에게는 골밀도검사가 추가된다. 10년에 한 번 꼴로 생활습관평가와 정신건강(우울증)검사도 받는다. 본인부담금 최대 10%만 내면 위암·폐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대장암 등 이른바 6대암 검진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어르신 건강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는 근육량과 근력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체성분 검사를 통해 근육 증감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는 게 좋다. 노화가 진행되면 체내 근육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이 경우 골절이나 낙상사고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거동 불능에까지 빠질 수 있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단백질 섭취와 근육운동을 상체·하체 골고루 매일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신 교수는 “무조건 걷기만 하는 운동보다는 근력을 늘릴 운동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며 “팔굽혀펴기, 스쿼트, 런지와 같은 손쉬운 운동부터 점진적으로 근력운동을 강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 당뇨와 같은 내분비계 질환, 골다공증 등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 있는 검진을 꼼꼼하게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건강검진으로 보장하는 6대 암 외 여러 가지 악성 종양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65세 이상에서는 위암, 폐암, 대장암, 간암, 전립선암이 많이 발생한다”며 “이들 암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정신적인 문제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사도 권장된다. 검진센터마다 낙상사고 위험 평가, 인지 기능 평가, 시력·청력 등 감각기능 평가 등을 제공하고 있다.
건강검진은 아니지만 예방접종도 제 때 받았는지 잘 챙겨야 한다. 일반적으로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층으로 갈수록 중요성이 더 높아진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독감·코로나19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무료로 맞을 수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별로는 폐렴구균 백신을 무료로 지원한다. 특히 폐렴구균 감염증은 노인들 사이에서 발생 빈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망 위험도 크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맞춤형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또한 대상포진 예방백신(평생 한 번, 2회 접종)과 백일해, 파상풍 예방접종(10년마다)도 주기별로 접종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