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에 전문과가 있었다고? 그럼 동네치과에선 왜 다 치료하지?”, “우리 엄마는 당뇨 합병증으로 약을 열 종류 넘게 드시는데, 왜 치과에선 복용 약을 안 물어볼까?”
국내외 제약회사와 의사를 상대로 조직·인사 컨설팅 20년을 해온 내가, 5년 전 치과 영역 업무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 두 가지였다. 당시 전략기획 본부장으로서 임상학술·세미나·기획 전략을 총괄했다.
세미나를 좇아다니며 ‘전신질환과 치과 치료의 관계’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고, 친분 있던 분이 서울대학교 건강증진센터장으로 가면서 “센터에서 가장 많이 보는 질환이 치주염”이라고 사석에서 말해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 빨라졌다.
의료 콘텐츠를 만드는 게 내 일이어서 주말마다 연하 장애나 기능의학 관련 학회에 다녔다. 연하 장애나 기능의학 관련 학회에서는 구강건강을 엄청 많이 다루는데, 그럴 때는 ‘왜 이 강의에 연자가 치과의사가 아닐까? 치과의사여야 한다는 개념도 없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과 학회에 가서 약물 복용과 전신 질환, 그리고 마취 관련 강의를 들으면 ‘이런 강의는 관련 전문의들이 하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물음이 들 때가 많았다. 특히, 레퍼런스가 오래된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다.
작년에 창업하고, 올해 치의통합연구회가 발족됐다. 내과·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 개원의와 교수진, 연세대 치주과 이중석 교수님과 함께 치-의 소통을 통해 공통 주제를 뽑아 강연과 출간을 시작했다.
치과 치료 특성상 약물은 주된 이슈가 아니었지만,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환자 대부분이 당뇨·고혈압·항응고제 복용자고, 암 치료를 받거나, 골다공증 주사 치료를 받는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최근엔 정신과 약물을 먹는 소아 치료가 개원가 고민인데, ADHD·우울증 환자가 급증하고, 강남 교육특구에선 ‘집중력 향상’ 명목으로 ADHD 약을 일상화해 진료 중 과잉 행동으로 진료실이 시끄러운 일이 잦다.
그래서 ‘다양한 약물 복용 환자의 치과 치료’를 주제로 책을 내기로 했다. 자료를 찾다가 대한치주과학회 가이드라인이 매년 최신으로 업데이트되고, 세밀하게 정리된 걸 발견했다. 그 김에 바로 경희대 치주과 허 익 교수님께 전체 틀을 조언받았고, 연세대 이중석 교수님께 좌장과 감수를 부탁했다.
진단 이후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는 구강내과도 주요 챕터로 포함해야 했다. 이론과 현장 경험이 모두 필요해 구강내과를 단독 개원한 우건철 선생에게 해당 챕터 집필을 부탁했다.
의과 협업은 필수였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가 출혈 관리를, KMI 수석연구원 안지현 위원이 치료 지연 영역인 골다공증·당뇨, 약사이자 중앙대 광명병원 가정의학과 신우영 교수가 세밀한 감수, 마취통증의학과·신장내과 전문의가 참여해 ‘기준·참고·정확’ 세 원칙을 지킨 책을 기획 출간했다.
론칭 세미나도 기획했는데, 평일 저녁 7시에 시작해 예정된 9시를 지나 밤 11시에 끝났다. 참석자 전원이 끝까지 남아 열띤 토론을 벌이며 ‘정말 필요한 주제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대한민국 의료인의 열정에 가슴이 뭉클했다.
초기 기획할 때 “대표님, 사업한다는 사람이 왜 전신질환을 왜 이야기해요, 요즘은 미백이 대세에요”, “치과의사는 약물에 관심 없어”라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들은 것 같다. 걱정을 담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우리 엄마를 포함 평균수명 85세, 건강나이 65세 시대에 65세 이상 환자는 20년 넘게 수술과 약물에 의지해 산다. ‘전신질환 환자를 위한 치과치료 임상 매뉴얼’은 치과 필수 지침서이자, 책꽂이에 꼭 꽂아둬야 하는 라이브러리라고 확신으로 기획하고 마무리 했고, 판단은 맞았다고 생각한다.
연말엔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를 바꿔 ‘선생님, 이럴 땐 치과로 보내세요’라는 제목으로 치과의사와 의사를 대상으로 출간과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왔다, 갔다 해야 길이 열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