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판매된 살균 처리를 하지 않은 원유제품에서 H5N1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미 정부가 전국 원유 검사 의무화 등 조치에 나섰다.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6일 미 농무부(USDA)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 우유 검사 전략’을 발표하며 전역에 이와 관련한 ‘연방명령’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국가 우유 검사 전략은 의무 검사시스템을 통해 ▲고병원성 AI 감염 농장을 신속히 식별하고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실행하는 한편 ▲농장 근로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막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연방명령에 따라 낙농장·우유처리시설 등은 원유 샘플을 각 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AI 발생 때 해당 농가는 각종 역학정보를 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주 소속 수의사뿐만 아니라 민간 실험실에서도 원유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결과를 USDA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연방명령은 16일부터 캘리포니아·콜로라도·미시간·미시시피·오리건·펜실베이니아 등 6개 주에서 우선 시행된다. 적용 주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미국 최대 원유 유통업체에서 공급한 원유제품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과 관련이 깊다. 이 업체는 매주 26만5000ℓ의 원유를 생산해왔다. 11월27일 해당 제품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양성이 확인됐고, 이달 3일 주 당국은 유통 중단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우유는 살균 혹은 멸균 처리를 해서 유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유에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살모넬라균 등 유해 박테리아가 포함돼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사람이 섭취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식품 및 식품첨가물공전’에 따라 우유류는 살균 또는 멸균 처리해서 제조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30개 주에서 원유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다만 살균 등을 거치지 않은 원유의 유통량은 미국 전체 우유 유통량의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보건당국은 원유가 AI를 포함한 다양한 병원균을 전파할 수 있기에 가급적 섭취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강조했다.
한편 미국에선 올 3월25일 텍사스주의 한 낙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이달 10일까지 모두 15개주 720개 농장에서 젖소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젖소 감염과 관련해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사람은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