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악” 추풍령에 괴성 울렸다, 성난염소 돌변한 아이의 위기 ③

2024-10-14

호모 트레커스

한 달 동안 지리산 천왕봉(1915m)에서 태백산(1567m)까지 걷는 ‘청소년 백두대간 종주’ 3주째입니다. 종주대는 여정의 중간 지점인 추풍령(200m, 충북 영동)을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하루 20㎞를 거뜬히 걷습니다. 스스로 “산악인이 됐다”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바람 잘 일 없습니다. 크고 작은 사고, 참가자 간 갈등이 매일 있습니다. 다행히 반목의 시간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한데 부대끼다 보니 싸우는 것도 화해하는 것도 순간입니다. 청소년 백두대간 종주는 ‘6호 처분’을 받고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 위탁감호 중인 중·고생 8명과 이들을 인솔하는 신부, 멘토 등 20여 명으로 꾸려졌습니다. 걷는 이유는 아이들의 ‘재범 방지’입니다.

글 싣는 순서

① 지리산 권역

② 덕유산 권역

③ 추풍령 권역, 갈등과 화해의 연속

④ 소백산 권역

⑤ 태백산 권역

지난 9월 30일 오전 경남 거창군 신풍령(해발 899m), 출발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황철현(47,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신부가 8명의 학생 중 3명을 따로 불렀다. 간밤에 셋이 다툼을 있었던 모양이다. 상황은 이랬다.

전날 저녁, 한 텐트를 같이 쓰는 두 녀석이 취침시간에 떠드는 옆 텐트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고, 이후 각 텐트 간 말다툼이 일었다. 급기야 한 아이가 텐트 밖으로 나와 “한번 해보자(싸워보자)”고 싸움을 걸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학생 텐트 바로 옆에서 자던 황철현(48, 살레시오청소년센터장) 신부가 말려 주먹다짐까진 가지 않았다. 이날 아침 당사자를 부른 이유는 “간밤에 일어난 일을 걷는 데까지 끌고 가지 말라”고 일러주는 차원이었다.

꾸중을 들은 세 아이 모두 입이 댓발 나왔다. 시작부터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내 불거졌다. 당사자 중 한 명의 아이가 “신부님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뒤돌아섰다. 혼자 산을 내려가고 있었다. 내버려둘 수 없어 후미에서 아이들과 걷던 최남식(44) 신부가 곧 뒤따라갔다. 나머지 두 아이도 불만이 가득했다. 이유는 같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신부님이 내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다.”

대열의 맨 뒤에서 벌어진 일이라 나머지 멤버는 ‘중도 포기’ 선언을 모른 채 걸었다. 다행히 뒤돌아선 아이는 산을 2㎞쯤 내려간 지점에서 “다시 가겠다”고 말한 뒤 대열에 따라붙었다. 포기로 이어지진 않은 것이다.

아이들의 ‘마인드 컨트롤’이 깨지자 걷기도 위기를 맞았다. 전날까지 잘 걷던 아이들인데, 꾸중을 들은 후 모두 뒤처졌다. 특히 이날은 신풍령에서 대덕산(1290m)을 거쳐 부항령(680m)까지 20㎞를 걷는 고된 일정이었다. 백두대간 종주를 한 후 처음으로 하루 20㎞ 이상 걷는 날, 세 학생만 유독 힘들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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