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알 까도 바라만 봤다…4년 은둔 청년 꺼낸 마법

2024-10-13

방은 이미 쓰레기장이 된 지 오래였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라면 용기와 콜라병, 비닐 봉투와 종이 쓰레기가 어지럽게 뒤엉켰다. 먹다 남은 배달 음식 위로 초파리가 부산스럽게 날아다녔다.

고립 4년 차, 유승규(31) 씨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었다. 밖은 화창한데, 손가락 하나 까닥할 기력이 없었다. 눈앞에서 똥파리가 알을 까고 나오는데,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도 갈 수 없어 페트병에 소변을 처리했다. 악취가 진동했다.

유 씨는 총 5년을 은둔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유 씨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은둔·고립된 청년은 54만 명에 이른다. ‘히키코모리(ひきこもり, 은둔형 외톨이)’ 현상을 먼저 겪은 일본은 이를 ‘8050’ 문제라 부른다. 20대 자녀가 30년간 은둔해, 50대가 되고 80대 부모가 이들을 부양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멀지 않은 일일까?

5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유 씨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준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 은둔·고립 청년을 돕는 회사인 ‘안무서운회사’를 설립했다. 이제 대표가 되어 한 해에만 250명의 은둔 청년을 상담하며 돕고 있다. 유 대표의 극적인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늘 ‘뉴스페어링’에선 유승규 대표와 ‘안무서운회사’에서 상담가로 활동 중인 서희수(30) 씨를 만났다. 회사 내에서 ‘은둔 고수’로 불리는 서 씨 역시 7~8개월 고립의 시기를 보냈다. 이들이 들려준 수많은 고립의 이야기엔 우리 사회 청년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1. 똥파리가 부화해도 잡을 힘이 없다

- 매일 ‘죽고 싶다’는 엄마가 두려웠다

- 방은 쓰레기장, 소변도 방에서

- 냉장고에 쓰레기 쑤셔 넣은 이유

📌2. 1년에 상담만 250명, 누가 은둔할까

-특전사도 고립…성격·기질 문제 아니다

-“살려주세요” 무너진 엘리트 부모

-90대가 60대 자녀 부양하는 일본 상황

📌3. “부모의 이런 행동, 최악입니다”

-매일 편지 쓰자, 방문 더 굳게 닫혔다

-13년 은둔 청년, 밖으로 나오게 한 방법

-자녀의 은둔 징후를 포착하는 법

-‘히키코모리’를 위한 일자리 있다

※오디오 재생버튼(▶)을 누르면 유승규 대표와 서희수씨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은둔 생활 당시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유승규〉저는 2012년인 20세부터 23세까지 한 차례 은둔했고, 26~27세에 재고립됐어요. 두 가지 이유인데요. 아버지가 해외에서 오랫동안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셨어요. 지금 기억으론 8수 가까이하셨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어머니는 한국에서 혼자 일하며 저를 돌봤고요.

문제는 당시 저희 집안이 제사 문화가 엄격했습니다. 고조할아버지·고조할머니 제사까지 챙겼는데, 그걸 맏며느리인 어머니가 독박 쓰듯 담당하셨어요. 결국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저에게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시거나, 건물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것을 제가 목격하기도 했고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럼에도 아버지는 귀국 후에도 조상의 뿌리가 중요하니 제사는 그대로 지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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