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인터뷰는 2024년 12월 중하순에 진행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5년 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KBL 외국 선수 제도가 달라지면서,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한국에서 뛸 수 있었다. 2010년대 중후반에 KBL로 입성한 블레이클리는 부산 KT(현 수원 KT)에서 한 시즌을 소화했다. 그리고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두 시즌을 뛰었다.
2015~2016 부산에서
KBL은 2015~2016시즌부터 두 명의 외국 선수를 동시 출전하게 했다. 제한적으로 두 명을 모두 뛰게 한 것. 동시에, 신장 제한을 도입. 193cm 이하의 외국 선수도 국내 무대로 진입했다.
KBL의 시즌 전 계획은 이랬다. 1~3라운드에는 종전처럼 외국 선수 한 명을, 이후부터는 2쿼터와 3쿼터에 외국 선수 두 명을 동시에 출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 돌입과 함께, 2쿼터부터 외국 선수 두 명을 동시에 나서게 했다. 이후에는 2쿼터와 3쿼터에 외국 선수 두 명 모두 뛰는 것을 허용했다.
KT는 코트니 심스와 마커스 블레이클리로 외국 선수 조합을 구축했다. 우선 전주 KCC(현 부산 KCC)와 서울 SK에서 센터를 맡았던 심스가 페인트존을 다졌고, 블레이클리가 다른 부족한 곳을 메우고자 했다.
그러나 계획은 생각처럼 들어맞지 않았다. 토종 주포였던 조성민(현 안양 정관장 코치)이 부상으로 자주 이탈했으며, 이재도(현 고양 소노)와 외국 선수들의 조합도 생각만큼 잘 들어맞지 않았다. 박상오(현 천안쌍용고 코치)도 친정으로 돌아왔으나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외국 선수가 모두 나서는 시간이 길어졌고, KT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블레이클리의 능력이 돋보였기 때문. 또, 미국에서 심스와 함께 뛰었기에, 블레이클리와 심스는 서로를 잘 알았다.
블레이클리는 공을 많이 운반했고 경기 운영에 관여했다. 전천후 포워드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시즌 초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2015년 10월 25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에서는 27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팀의 초반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어, 11월 8일에 열렸던 창원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21점을 퍼부었다. 연승에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블레이클리는 시즌 초반의 모습을 꾸준히 보이지 못했다. 블레이클리와 심스가 힘을 냈던 반면, 토종 선수와 잘 어우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레이클리의 패스가 주로 심스에게 향해, 외국 선수와 국내 선수의 연계가 아쉬웠다.
외국 선수 한 명이 뛸 때 박상오가 안팎을 오가면서 분전했으나, 조성민의 부상이 컸다. 승부처에 활약해야 하는 조성민이 꾸준히 코트를 지키지 못한 건 뼈아팠다. 여기에 심스의 부진도 겹쳤다. 전력의 핵심으로 나서야 했으나, 전반적인 기여도가 아쉬웠다.
KT는 시즌 중에 심스를 내보냈다. 그리고 고양 오리온(현 고양 소노)의 일시 대체 외국 선수였던 제스퍼 존슨을 품기로 했다. KT는 2016년 2월 21일 존슨의 가세 이후 오리온을 잡았다. 존슨과 블레이클리의 공격이 주효했기 때문.
존슨과 블레이클리는 이날 46점을 합작했다. 특히, 블레이클리는 이날 전반에만 20점을 몰아쳤다. 존슨이 후반에 자신의 득점을 몰아치며, KT는 시즌 막판 오리온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그러나 블레이클리와 존슨의 역할 중첩이 없지 않았다. 존슨의 공격 지역이 외곽에 주로 머물렀기 때문. 또, 운영에 능한 둘이 동시에 나섰을 때, 전반적인 조합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KT는 시즌 내내 부진했고, 블레이클리는 2015~2016시즌 종료 후 KT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2016~2017 울산에서
블레이클리는 2016~2017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시작부터 함께한 건 아니었다.
현대모비스는 찰스 로드와 네이트 밀러를 2016~2017 외국 선수 조합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밀러의 공격력이 나아지지 않았고, 현대모비스는 시즌 중에 외국 선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블레이클리가 대체 외국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으로 들어온 블레이클리는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엔진이 됐다. 함지훈과 함께 할 때는 스몰포워드로, 함지훈 없을 때에는 파워포워드로 나섰다. 상황에 따라 내외곽을 넘나들었기에, 현대모비스도 남은 시즌 동안 선전할 수 있었다.
2017~2018 울산에서
2016~2017시즌에는 대체 외국 선수로 합류했지만, 2017~2018시즌을 현대모비스에서 온전히 치를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블레이클리와 재계약하면서, 블레이클리가 기회를 다시 얻었기 때문.
당시 현대모비스는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했다. 이대성(현 서울 삼성)과 이종현(현 안양 정관장)을 중심으로 팀을 다지고 있었다. 여기에 양동근(현 울산 현대모비스 수석코치)과 함지훈이 뒤를 받쳤다.
블레이클리의 능력이 가교로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꾸준하기 어려웠다. 주포인 레이션 테리와 출전 시간을 나눴기 때문. 게다가 국내 선수층이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었기에, 블레이클리도 이들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력을 보이지 못한 건 아니었다. 팀이 필요할 때, 블레이클리가 해결사를 자처했기 때문. 그리고 이대성과 이종현도 상대 수비를 흔들어, 블레이클리도 공격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17년 12월 28일에는 시즌 개인 최다인 29점을 몰아쳤다. 리바운드 또한 15개를 잡아냈다. 현대모비스의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블레이클리가 더블더블을 할 때, 현대모비스가 많이 이겼다. 블레이클리가 팀에 잘 녹아들었고, 여러 선수들이 같이 힘을 내서였다.
현대모비스는 시즌 막판에도 기세를 드높였다. 2018년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무려 9연승을 질주했다. 블레이클리는 2018년 3월 4일에 열린 창원 LG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16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연승에 힘을 실었고, 현대모비스도 우승 전력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다.
그러나 블레이클리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현대모비스가 2017~2018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에 무릎을 꿇었기 때문. 그리고 블레이클리는 KBL을 떠나야 했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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