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도사진재단, ‘닉 우트’ 이름 삭제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인물이 촬영” 결론
AP통신은 불인정···우트 “고통 크고 힘들다”

53년 전 베트남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네이팜탄 소녀 사진’(원제 전쟁의 공포)을 실제 누가 촬영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 언론 사진 공모전 개최 기관인 세계보도사진재단(WPP)이 사진 소개란에서 이 사진을 촬영한 기자 이름을 지웠다.
18일(현지시간) WPP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전쟁의 공포> 소개란에 적혀있던 사진기자 ‘닉 우트’ 이름이 지워져 있다. WPP는 ‘원작자 논란 발생(AP)’이라고 표기했다.
1972년 6월8일 촬영된 이 사진에는 북베트남군과 월남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남부 짱방 지역의 한 마을에 네이팜탄(휘발유와 팜유 등을 섞어 젤리처럼 만든 탄약)이 날아든 순간, 9살 소녀였던 판 티 낌 푹이 공포에 질린 채 옷가지를 벗어 던지고 마을 밖으로 내달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전쟁의 공포를 사진에 담아 전 세계에 전달한 사람은 당시 AP통신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지국 소속의 사진기자 우트로 알려져 있었다. 우트는 이 사진으로 이듬해 WPP의 ‘올해의 사진상’과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지난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한 편이 촬영자 논란을 촉발했다. <더 스트링어>(통신원)라는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우트의 운전사이자 NBC 소속 통신원인 응우옌 타인 응에라는 인물이 이 사진을 촬영했다는 주장을 다뤘다. 우트를 태우고 사진 속 현장에 갔던 응에가 이 사진을 찍어 20달러를 받고 AP통신에 팔았다는 것이다. 당시 AP통신은 자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응에가 아닌 우트의 이름으로 사진을 발행했다고 다큐멘터리는 주장한다.
자체 검증에 나선 WPP는 지난 16일 보고서를 내고 “위치, 거리, 당시 사용된 카메라의 특성 등을 분석한 결과 응에나 후인 공 푹이 우트보다 분석 대상 사진을 찍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푹은 현장에 있던 다른 인물로 추정된다.
WPP는 이 결론에 따라 촬영자 정보 표시를 중단하면서도 사진의 ‘1973년 올해의 사진상’ 수상 자격은 유지했다. WPP는 “사진 자체의 가치는 그대로”라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주장을 자체 검증한 내용을 적은 96쪽 보고서에서 “사진 촬영자를 변경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난 탓에 핵심 증거가 없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가 세상을 떠난 탓에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고 했다.
우트는 AP에 “고통이 매우 크고 힘들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