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그룹이 전승호 전(前) 대웅제약 대표를 영입하며 '인보사'(TG-C) 부활에 박차를 가한다. 전승호 대표는 코오롱 바이오헬스 총괄 및 코오롱티슈진 각자대표를 맡는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은 노문종 대표이사 재선임과 함께 전승호 전 대웅제약 대표이사를 신규 각자대표 이사로 선임했다.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노문종, 전승호 대표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할 예정으로, 전 대표는 이미 이달 초부터 출근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승호 대표는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2003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21년간 근무했다. 2018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돼 재임 기간 동안 회사의 연매출을 1조원대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특히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등 자체 개발 신약을 성공적으로 출시했으며,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이끈 경험이 있다. 지난해 대웅제약 대표직을 마무리한 후, 같은 해 9월 종근당 고문으로 합류했으나 3개월 만에 퇴임했다.
시장에서는 코오롱 그룹 합류 후 전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코오롱그룹은 제약·바이오 사업에서 TG-C 미국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TG-C는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인보사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후 이른바 '인보사 사태'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된 골관절염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아시아 판권을, 코오롱티슈진이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전 대표는 코오롱티슈진에서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며 TG-C의 미국 품목허가 신청 등 상업화 준비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노 대표는 품목허가(BLA) 품목 허가 승인 등에 집중하고, 전 대표는 기술이전과 글로벌 마케팅, 향후 판매 단계 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달 OARSI 후속 추적 결과 발표
국산신약 29호였던 인보사케이주는 세계 최초 골관절염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지난 2019년 미국 임상 3상 도중 핵심 성분인 연골유래세포가 실제로는 신장 유래 세포였음이 확인되며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미국 FDA 역시 임상보류를 명령했으나, 임상 2상 데이터 등을 검토한 끝에 지난 2020년 4월 임상시험 3상 재개를 승인했다.
TG-C는 지난해 7월 환자 1066명을 대상으로 미국 FDA 무릎 임상 3상 투약을 마무리한 뒤 추적 관찰을 진행 중이다. TG-C 투여 후 치료 경과를 측정하기 위해 임상 환자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진행하고 이 결과는 내년 7월까지 2년간의 추적관찰기간이 종료되면 공개될 예정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2027년 1분기에 품목 허가 절차에 들어가 2028년 품목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 전략과 관련해서는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TG-C의 임상 순항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고 있다. 골관절염 신약개발 관련 현재까지 DMOAD(골관절염 근본 치료제)로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한 신약 후보는 TG-C가 유일해서다.
진행 중인 미국 임상 3상과 별개로 과거 인보사 1상·2상 투여 환자 대상 장기 추적 결과도 긍정적이다. 2023년 ICRS(국제연골재생및관절보존학회)에서 공개된 15년차 장기 추적 결과 인보사를 투여받은 79% 환자(26/33)가 인공 관절 수술(TKA)을 받지 않은 채로 유지됐다. 직접 인과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보사에 의한 통증 감소 및 연골 재생 효과가 최대 15년간 유지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음 달 개최되는 세계골관절염학회(OARSI)에서 후속 추적 결과가 발표될 전망인데, 여기서도 앞선 결과가 재현된다면 TG-C의 효능과 안전성 데이터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됐던 TG-C CMC(화학, 제조, 품질) 역시 위탁생산 파트너사인 론자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TG-C는 연골세포와 TGF-β를 생산하는 293 세포가 3:1로 조합된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과거 293 세포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며 임상 중단됐으나 방사선 조사를 통해 발암 가능성을 차단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미국 임상 재개 결과를 도출한 바 있다. 최근 FDA 미팅의 승인을 위한 CMC 관련 사전 미팅에서도 '이슈 없음'을 확인받았고, 론자를 통해 CMC 신약허가(BLA) 패키지를 2026년까지 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기준 및 시험법 관련 우려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TG-C 허가 시 연 매출 4조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1차 진출을 목표로 하는 미국 내 관절염 환자 수는 약 3800만 명으로, 이 중 골관절염 치료 대상은 700만~800만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4% 정도인 약 30만 명만 TG-C를 선택해도 30억달러(약 4조4022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인보사는 판매 중지 전까지 국내에서 약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과거 코오롱티슈진은 TG-C가 미국에서 DMOAD로 승인된다면 피크세일즈는 70달러(약 10조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사이먼쿠처앤파트너스 조사 자료를 제공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8년 골관절염 치료제로만 승인된 후 약가 1만달러(약 1469만원)로 시작해 점유율 0.5%를 기록한다고 부소적으로 가정할 경우 첫해에만 매출 46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승호 대표는 "TG-C가 향후 연 매출 4조 이상 올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TG-C의 미래 가치가 큰 이유는 환자수가 많은 비가역적 질환인데, 승인받은 치료제 또는 잠재 경쟁 파이프라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임상 3상 달성 목표인 통증 감소 및 관절 기능 개선 지표는 이미 달성한 바 있어 골관절염 치료제로의 승인 가능성은 매우 높다. DMOAD 확장을 위해서는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91억3천만달러(약 13조4010억원)로 평가되며, 2030년까지 135억7000만달러(약 19조918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