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숨겨진 가난’의 시대다, 패딩거지·개근거지 나온 이유

2024-12-08

‘뉴스 페어링’ 팟캐스트

수정(가명·32)이는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공황장애로 일을 할 수 없었다. 가정환경은 어려웠지만 수정이는 다른 핑계를 대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했고, 구김 없는 성격으로 주변까지 밝혔다. 고교 졸업 후엔 가난을 이겨내고자 유아교육과에 진학해 곧바로 유치원 교사가 됐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취직하면 빚도 갚고 돈도 모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집안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더는 모아놓은 돈도 없고…·.

수정이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졌다. 어머니 약값에 휴대전화 요금, 교통비 등을 빼면 수중에 남는 돈은 매달 30만원뿐이었다. 동료 교사들과 회비라도 모아야 하는 달이면 20만원이 됐다. 직장인이 된 수정이는 자신의 모든 활동에 가격표를 붙였다. 잠에서 깨어날 때면 다시 잠들 때까지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계산했다.

수입을 늘리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일 때면 항상 어머니와 관련한 사건이 생겼다. 수정이 몰래 사채를 쓰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함부로 돈을 써버렸다. 그러곤 “돈에 대해 언급하면 죽어버리겠다”며 방문을 걸어 잠갔다. 가난을 끊어내기 위해 노력한 수정이는 가난한 어른이 된 것이다.

오늘 ‘뉴스 페어링’에선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돌베개)의 저자인 강지나 교사를 만났다. 2000년 교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을 파악하기 위해 10년간 가난한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했다. 그는 “수정이와 같은 사례는 현장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지나 교사가 말하는 ‘가난 극복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2024년의 가난은 빈곤 청소년을 어떻게 힘들게 하고 있을까.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오디오 재생 버튼(▶) 누르고 팟캐스트 방송을 들어주세요.

📌‘패딩 거지’, ‘개근 거지’…지금의 가난이 더 고통인 이유

📌가난 이겨냈는데 찾아온 정신 질환, 왜 우울까지 대물림 되나

📌빈곤 탈출이 어려운 이유, 노력하지 않아서일까

📌“나 자신을 죽이는 것 같아요” 착취하는 부모 왜 못 떠날까

📌10년간 지켜보니…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진짜 필요한 것

🎤진행 : 김홍범 기자

🎤답변 : 강지나 교사

2012년부터 10년 동안 아이들을 만났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가 뭔가.

언론에서 가난을 접할 때, 빈곤 문제로 발생한 개별 사건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특정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가난을 단순한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론 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다양한 맥락이 있다. 이를 알기 위해선 가난한 이들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빈곤한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게 되고,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아이들과 어떻게 만난 것인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자랐고, 부모 혹은 그 윗세대부터 빈곤이 대물림된 아이들이다. 청소년기에 처음 만난 이후 약 10년간 3~4회를 더 만나면서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2020년대의 가난은 과거의 가난과 성격이 다를 것 같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