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아파트값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둘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하락하며 지난주(-0.02%)보다 하락 폭이 확대됐다. 지방 아파트값(-0.04%→-0.05%)도 하락 폭이 커졌고, 수도권(0.01%→0.00%)은 보합 전환됐다.
서울 강동·동대문·은평·동작구 하락 전환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2% 오르며 지난주 상승 폭(0.04%)보다 낮아졌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대출 규제 여파로 10월 둘째 주 0.11%를 찍은 뒤로 줄곧 내리막길이다. 대출 규제로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까지 불거지며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되는 모습이다.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자치구도 속속 늘고 있다. 지난주 강동구 주간 매매가격이 25개 자치구 중 처음 하락한 데 이어 이번 주도 동일한 하락 폭(-0.02%)을 보였다. 또 동대문구·은평구·서대문구·동작구도 이번 주 매매가격이 모두 -0.01%로 내리며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중랑구·성북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일부 선호 단지에 대한 수요는 유지되고 있으나, 대출 규제 여파 등으로 거래 문의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의 상승 폭이 줄어든 가운데 경기도(0.00%)는 보합을 나타내고, 인천(-0.04%→-0.05%)은 낙폭을 키우면서 수도권 전체 상승률도 0.00%를 기록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한 것은 지난 5월 셋째 주 이후 30주 만이다.
아파트 전세가격도 약세를 이어갔다. 전국 전셋값은 0.01% 올랐으나 전주(0.02%)보다 상승 폭이 축소됐고, 서울(0.02%→0.01%), 수도권(0.03%→0.02%)도 상승 폭이 낮아졌다.
정국 혼란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신축 아파트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수요자도 많아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88.6으로 지난달(93.8)보다 5.2포인트(p)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은 101.9에서 90.6으로 11.3p나 떨어졌고, 서울도 105.2에서 100으로 5.2p 떨어졌다. 입주전망지수는 주산연이 전국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로, 기준점(100)을 웃돌면 입주 여건이 좋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입주 여건이 나쁘다는 걸 의미한다.
실제 잔금대출을 마련하지 못해 최근 분양권 시장에선 ‘마이너스 피’(마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 미아’ 전용 80㎡는 분양가 대비 7000만원 저렴하게 내놓은 매물이 나와 있고, 경기도 광명시 ‘트리우스 광명’ 전용 84㎡도 분양가 대비 2500~4000만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매물이 올라오고 있다.
주산연 관계자는 “투기를 막는다며 분양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과 잔금 대출을 비정상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미분양 해소 불가와 공급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실수요자와 수분양자에 대한 잔금 대출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