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美로부터 긴급인도구속 청구 접수
5·6월 러시아·베트남 국적 범죄자 검거 후 공범 압수수색까지
"범죄인인도조약, 법체계 등 검토해 송환 결정"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미국 당국과 기업 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러시아·베트남 국적 외국인 2명이 미국으로 송환됐다.
법무부는 지난 5월 미 법무부로부터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각각 접수한 러시아인 A씨와 베트남인 B씨를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지난 1일과 15일 각각 미국으로 송환했다고 19일 밝혔다.
랜섬웨어 이용 범죄조직의 총책인 A씨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조직원들과 함께 다수의 미국 기업 등 네트워크에 침입해 랜섬웨어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암호화한 후, 해제 대가로 미화 약 1600만달러(한화 약 223억원) 이상을 비트코인으로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자금세탁 범죄조직의 핵심 관리자인 B씨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조직원들과 함께 미국 당국을 속여 수령한 실업급여 등 범죄수익 미화 약 6700만 달러(한화 약 933억원) 상당을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미국 소재 미디어그룹 명의 계좌에 구독료 등 명목으로 송금해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미 법무부로부터 이들에 대한 긴급인도구속 청구를 각각 접수한 후,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하게 사건을 검토하고 서울고검에 위 범죄인들에 대한 긴급인도구속을 명령했다.
이후 법무부와 서울고검은 법원으로부터 범죄인들에 대한 긴급인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범죄인의 소재를 추적하던 중 지난 5월 1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A씨를, 6월 5일 인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려던 B씨를 각각 검거하고 이들의 휴대전화 등 중요 증거물을 압수했다.
법무부는 A씨 등을 구속한 후 미 법무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미국 측의 정식 범죄인인도 청구를 검토했고, 지난 9월 서울고법으로부터 이들에 대한 인도 허가 결정을 각각 받았다.
아울러 법무부는 두 사건이 다수의 가담자가 있고 초국가적 범죄라는 점을 감안해 미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추가 형사사법공조 절차도 진행했다. 이에 검찰은 한국에 있는 공범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휴대폰, 노트북 등의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이를 미국 측에 제공하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은 조약과 양국의 법체계 및 법원의 결정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범죄인들을 미국으로 송환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미국으로의 범죄인인도를 결정하고 이들을 각각 미국으로 송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은 '랜섬웨어 사이버범죄', '자금세탁 범죄' 등 초국가적 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미 법무부, 미 연방수사국(FBI), 미 국무부 외교안보국(DSS), 서울고검 등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 중인 범죄인을 검거·송환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앞으로도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긴급인도구속은 조약상 일정 기간 내 청구국으로부터 정식 범죄인인도 청구가 접수될 것을 전제로 신속하게 피청구국이 범죄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제도이다. 범죄인인도 사건은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의 전속관할이다.
청구국이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하고 피청구국이 범죄인을 긴급인도구속하면, 청구국은 범죄인인도 조약상 2개월 내 범죄인인도 청구를 할 수 있다. 이후 피청구국은 범죄인을 인도 절차에 회부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