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산 채굴 문제가 끊이지 않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최소 수백 명이 남아 있는 폐광산을 그대로 봉쇄하고 식량 공급을 막는 극단적인 소탕 정책을 시행해 논란이다. 이런 조치가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이 커지면서 법원은 이를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17일(현지시간) CNN과 남아공 SABC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남아공 법원은 북서부 스틸폰테인 광산에서 정부가 시행중인 불법 채굴꾼 소탕책과 관련해 “땅 속에 남은 모든 광부들에게 출구를 열어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앞서 아프리카 인권위원회(SAHRC)는 지난 15일 정부가 스틸폰테인 광산에서 물과 음식을 끊어버리고 미등록 광부들을 내부에 가둬놓는 이른바 ‘구멍 틀어막기’ 작전을 시행중이라고 밝혔다. 최대 4000명이 지하에 갇힌 광산을 폐쇄해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땅 밖으로 나면 즉시 붙잡는 식이다. 이 광산에서 폐쇄 정책 이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발견되면서 당국이 극단적인 조치를 펴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SAHRC 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약 3개월간 소탕책을 시행해왔다. 쿰부조 은차베니 내장관은 “범법자들은 결국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들은 스스로 불법 광산에 들어간 것이지 우리가 보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폐쇄 작전 이후 이를 견디지 못해 땅 위로 올라온 미등록 광부는 1200여명에 이른다고 경찰은 밝혔다.
남아공은 1880년대 ‘골드 러시’ 당시 번성했다가 금이 점차 고갈되면서 버려진 폐광산이 6000여개 남아 있다. 이후 광산에 조금 남은 금을 노리고 땅 속으로 들어가는 미등록 광부들이 늘면서 ‘자마자마’(줄루어로 ‘운을 시험하는 사람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미등록 광부들은 폐광산에 숨어 활동하면서 캐낸 금을 암시장에 판매한다. 이들에게 치약과 음식 등을 판매하는 소규모경제도 형성돼 있다. 불법 채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큰 데다 유독 가스 누출 사고도 끊이지 않아 미등록 광부들은 남아공 정부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그러나 애초 불법 채굴이 성행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천 개에 이르는 폐광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32%가 넘는 실업률과 빈곤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험성을 알면서도 폐광산에 들어가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아공 헌법수호협회의 야스미르 오마르 변호사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하에 갇힌 사람들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라며 “정부는 미등록 광부들을 박해하고, 인권을 완전히 짓밟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명령이 나오기 전 스틸폰테인 광산 근처에는 땅 속에 남은 광부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형제들을 풀어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폐광산 안에 남은 광부들이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며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