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의 미래상 담은 BUTECH 2025, 제조업 '퀀텀 점프' 시작점...여기서 '터졌다'
‘스마트 제조, 미래 혁신의 꿈’을 슬로건으로 한 ‘제12회 부산국제기계대전(BUTECH 2025)’이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소재 전시장 벡스코(BEXCO)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올해 BUTECH는 단순한 산업·공장 자동화(FA) 분야 전시 콘셉트를 넘어, 인공지능(AI)·로보틱스·디지털트윈·머신러닝·비전 등 제조업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기술들이 총출동했다. 이를 기반으로, 혁신 전략과 경쟁력 확보 방안 등 국내 제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현장이었다. 국내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 이번 BUTECH 2025. 과연 각 분야 혁신·유망 참가업체는 어떤 기술·솔루션으로 참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을까? 이번 <헬로즈업> 특별 기획에서는 대한민국 제조업 ‘퀀텀 점프(Quantum Jump)’의 핵심 기술을 자세히 조망한다.
[Robotics] 정밀함 입은 新제조, 인간 역할 ‘재정의’하다
이번 BUTECH 2025는 미래형 제조의 핵심 동력인 로보틱스 생태계가 한데 모여 성장성을 보여줬다. 인간과 협업하며 유연하고 지능적인 생산 환경을 구현하는 각종 로봇 기체가 대거 등장했다. 이는 과거 단순히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하던 산업용 로봇을 넘어, 미래 공장의 청사진을 제시한 모습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가반하중과 섬세한 제어 능력, AI·비전·모바일 등 기술이 접목된 로봇은 참관객에게 차세대 제조 혁신의 가능성을 선보이며 관심받았다.
이 섹션에서는 사출성형, 절삭가공, 용접, 푸드 자동화 등 특정 제조 공정에 특화된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한다. 아울러 로봇이 대상을 정교하게 파지하고 다루는 그리퍼 및 정밀 측정 기술의 혁신을 함께 다룬다. 로봇이 더욱 다양한 작업을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역량을 조명한다.
< 아비만엔지니어링 > 사출성형·절삭가공 로봇 자동화 솔루션

국내 통합 엔지니어링 기술 업체 ‘아비만엔지니어링(이하 아비만)’은 사출성형·절삭가공 분야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FA 등 역량을 보유했다. ‘핫 러너 시스템(Hot Runner System)’ 영역에서 글로벌 수준의 점유율을 갖춘 유도그룹의 계열사로, 지난 2019년 그룹 내 사출 공장 사업 부문 ‘유도썬스’와 공장 자동화 사업 부문 ‘유도로보틱스’가 합병해 탄생했다.
유도그룹의 핵심 기술인 핫 러너 시스템은 기존 산업에서 통용된 ‘콜드 러너 시스템(Cold Runner System)’을 개선한 공법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사출성형 공정은 플라스틱 재료가 녹아 금형 내부로 이동하는 입구 통로인 ‘스프루(Sprue)’와 분배 통로 ‘러너(Runner)’ 그리고 형상을 만드는 캐비티(Cavity)를 거친다.
재료가 식으면서 러너 부분도 함께 굳어 불필요한 플라스틱 찌꺼기(Runner Scrap)이 발생한다. 이에 이를 제거하고 재활용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핫 러너 시스템은 이 러너 부분을 녹은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가열 시스템이다. 즉, 재료가 캐비티에 도달하기까지의 통로를 뜨겁게 유지함으로써 러너 부분이 굳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비만은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사출성형 공정을 중심으로 한 로봇 및 자동화 솔루션을 보유했다. 여기에 이를 제어·관리하는 SW와 통합·연동하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도 함께 확보했다. 특히 사출성형용 취출 로봇(Take-out Robot)을 대표 로봇 제품군으로 내세운다.
올해 BUTECH 현장에서는 다관절 로봇 시리즈 ‘ARO’와 협동로봇(코봇) 기반 자동화 솔루션 ‘스마트 피커(Smart Picker)’를 공개했다. 이 중 ARO 시리즈는 5·8·12·50·80·100kg으로 가반하중이 세분화된 다관절 로봇 제품군이다. 아비만 고성능 로봇 제어기(Controller) ‘유콘-800(Yucon-800)’과 연동 가능해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시운전·프로그래밍을 지원한다.
이어 스마트 피커는 작업대에 코봇이 접목된 형태의 자동화 솔루션이다. 코봇을 활용한 픽앤플레이스(Pick&Place) 기능을 통해, 단순히 사출 성형품을 꺼내는 과정부터 기계에서 부품을 넣고 빼는 머신텐딩(Machine Tending), 팔레타이징(Palletizing), 품질 검사(Quality Inspection), 조립(Assembly) 등 다양한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
이 제품도 아비만이 제공하는 생산관리시스템(MES)·품질관리시스템(QMS) 등 스마트 팩토리 소프트웨어와 동기화 가능하다. 이를 통해 생산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전체 공정의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해당 솔루션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요구되는 대상물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 에이치씨엔씨 > 로봇 시스템통합 엔지니어링 솔루션


국내 FA 시스템통합(SI) 토털 솔루션 업체 ‘에이치씨엔씨’는 공장 내 설비·공정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통합한다. 이 과정에서 로봇 SI도 함께 제공한다. 로봇을 중심으로 한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고 있다. 이때 각종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의 제품군을 공급하는 대리점 역할도 수행한다.
아울러 MES, QMS, 창고관리시스템(WMS), 생산계획시스템(APS), 통계적공정관리(SPC), AI 기반 분석 기술 등 스마트 팩토리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술까지 접목해 전체 공장을 지능화하는 데 포괄적인 방법론을 제공한다.
BUTECH 2025 전시부스에서는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 제조사의 모델과 융합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 배치된 두산로보틱스 5축 코봇 ‘P3020’은 일본 공압 기술 업체 피스코의 공압 그리퍼와 융합해 픽앤플레이스 공정을 선보였다. P3020은 최대 가반하중 30kg과 최대 작업 반경 2030mm를 갖춰 다양한 제조 과정을 자동화·무인화하는 데 기여한다.
더불어 현장에는 독일 소재 로봇 제조사 쿠카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 모델과 HD현대로보틱스의 코봇 모델을 한데 합친 하이브리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참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에이치씨엔씨 측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기술 검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 테솔로 > 3지 로봇 그리퍼

국내 로봇 그리퍼 기술 업체 ‘테솔로’는 ‘능숙한 그리퍼 기술로 가치를 드높이다(Enhance with Dexterous Grippers)’를 슬로건으로, 로봇 팔 말단장치(Robot Arm End-Effertor) 혁신에 노크하고 있다. 로봇 그리퍼 기술을 기반해 로봇 팔,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 등과의 연동·통합 역량을 확장하고 있다.
테솔로 그리퍼 제품군은 진공 그리퍼 ‘델토 그리퍼 베큠(DG-V)’, 두 손가락 모델 ‘델토 그리퍼-2F(DG-2F)’, 주력 모델인 3지 그리퍼 ‘델토 그리퍼-3F(DG-3F)’ 4지 그리퍼 ‘델토 그리퍼-4F(DG-4F)’, 휴머노이드형 5지 로봇 핸드 ‘델토 그리퍼-5F(DG-5F)’ 등 다양한 시리즈로 구성됐다.
특히 지난달 기존 DG-3F 모델을 개선한 델토 ‘그리퍼-3F-M(Delto Gripper-3F-Modular, DG-3F-M)’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 제품은 DG-3F 1세대 대비 손가락 굵기를 40% 줄였고, 토크를 두 배가량 강화했다.또 모듈형 설계를 채택해 물체 파지 시 발생하는 충돌·간섭 문제를 최소화했고, 기체 각 부분을 탈부착하는 직관적인 유지보수성을 구현했다.
올해 BUTECH 테솔로 부스에서는 기존 DG-3F가 동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제품은 손가락당 4개의 관절을 탑재해 총 12자유도(DoF)를 갖췄다. 가장 큰 특징은 물체의 형상에 따라 손가락이 유연하게 변형돼 파지할 수 있는 점이다. 둥글거나 평평한 물체, 불규칙한 모양 등 비정형 다물체를 다루기 때문에 각종 공정 효율을 높인다. 이는 기존의 경직된 그리퍼가 특정 형상에만 대응하는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 성신인스트루먼트 > 3D 측정기 + 로봇 그리퍼 융합 솔루션



국내 정밀 측정 솔루션 업체 ‘성신인스트루먼트’는 약 40년가량 축적한 정밀 측정 노하우와 레퍼런스르 바탕으로, 품질관리 및 생산 효율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일본 소재 정밀 측정기기 브랜드 미쓰도요의 국내 공식 총판으로 활약하는 중이다.
마이크로미터·캘리퍼스·인디케이터·게이지·현미경·광학기·조도측정기·진원도측정기·3차원(3D)측정기(CMM) 등 다양한 정밀 측정 장비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제품에 이어 설치, 사후 서비스, 유지보수, 교육 등 종합 솔루션도 함께 공급한다. 최근에는 측정 기술과 로봇 자동화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지속 선보이며 차세대 품질 혁신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성신인스트루먼트는 이번 BUTECH 전시장에 로봇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측정 자동화 솔루션을 공개했다. 미스도요 3D 측정기 제품 ‘MiSTAR 555’와 테솔로 ‘DG-3F’를 통합한 신개념 품질관리 기술을 참관객에게 제시했다.
이 중 MiSTAR 555는 현장형 CNC 3D 측정기로, 생산 라인 근처나 작업 현장에 직접 설치 가능한 제품이다. 정밀한 측정을 위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용 측정실에 설치해야 하는 기존 정밀 측정 기기의 한계를 개선한 기술이다. 이는 측정 시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해당 솔루션은 10~40°C의 온도 범위를 갖췄고, 대칭 구조 설계와 균일한 본체 재질을 사용해 온도 변화가 심한 공장 환경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유지한다.
주목할 점은 미쓰도요가 새롭게 개발한 고환경형 기능인 ‘앱솔루트 스케일(Absolute Scale)’이 탑재됐다.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먼지·기름때 등 현장 오염에 대한 저항성이 기존 모델 대비 2배 이상 향상됐다. 이는 유지보수 빈도를 줄이고 장비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한쪽 끝만 고정되고, 다른 쪽 끝은 지지대 없이 돌출된 구조물인 ‘캔틸레버(Cantilever)’ 설계를 채택한 점이 특징이다. 제어 컨트롤러와 PC를 측정 테이블 하단에 수납해, 설치 면적을 절감했다. 또 기존 측정기에 필수인 에어 베어링을 대신해, 리니어 가이드(Linear Guide)를 설치해 압축 공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 주강로보테크 > 정밀 그리퍼 및 푸드 로봇 자동화 솔루션


지난 1988년 출범한 주강로보테크는 전동·공압 FA 구동기기 기술 업체로 시작해, FA 솔루션 역량까지 기술적 경쟁력을 내재화한 토털 로봇 시스템 업체다. 특히 그리퍼 분야에서 오랜 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다양한 산업 현장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주강로보테크 그리퍼 시리즈는 기존 주력 제품군인 공압 그리퍼와 최근 라인업을 확중하고 있는 전동 그리퍼로 세분화됐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제정한 국제 방수·방진 표준 ‘IP55’ 등급을 기반으로, 속도·토크·스트로크 등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시리즈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현재 산업용 로봇, 협동 로봇 등 다양한 외부 기체와 접목돼 각종 레퍼런스를 축적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장에는 힘·토크 센서 기술 업체 에이딘로보틱스의 각종 센서를 탑재한 그리퍼가 참관객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켰다. 협동 로봇 기체에 그리퍼를 접목한 형태로 제품이 시연됐다.
그리퍼 손가락에는 ‘초소형 6축 힘·토크 센서’가 적용됐고, 손목에는 ‘스마트 6축 힘·토크 센서’가 내장된 설계다. 이러한 센서는 로봇의 감각을 시각화해 정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기술의 토대가 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초소형 6축 힘·토크 센서는 20·50·100뉴턴(N) 등 손가락 끝에 가하지는 힘을 측정하는 데 활용된다. 대상물을 파지할 때 부하를 나타냄으로써 로봇이 물체를 파손하지 않고 섬세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 6축 힘·토크 센서는 정전 용량 측정 방식을 기반으로, 센서에 가해지는 힘·토크를 측정해 로봇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파악한다. 충돌 감지, 물체 무게 측정, 정밀 힘 제어, 작업 교시(Teaching)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작업자의 안전한 협업, 작업 중 충돌 감지·회피, 작업 정밀도 향상, 복잡한 조작 작업 시 힘 제어 등 이점을 제공한다.

주강로보테크 전시 현장에는 치킨 조리 자동화 솔루션도 함께 자리했다. 당사는 지난 2023년 푸드 테크 자회사 로보슨을 설립해, 식음료(F&B) 로봇 자동화 시장에 진출했다. 자동 튀김 로봇, 로봇 바리스타 등 F&B 시장의 인력난 해소와 서비스 자동화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 자리에 출품된 로보슨의 자동 튀김 로봇은 고속 작업이 가능한 액추에이터 특성을 활용해 단일 협동 로봇 대비 효율적인 조리 작업을 지원한다. 이 솔루션은 주강로보테크 그리퍼, 협동 로봇, 튀김 보조기 등이 융합돼 유기적으로 조리 과정을 전개한다.
< 제이씨티 > 용접 자동화 로봇 솔루션


제이씨티(JCT)는 경남 함안군 소재 국내 FA 및 로봇 솔루션 업체다. 로봇 SI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봇 제조사의 국내 공식 대리점 역할을 수행하며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일본 로봇 제조사 야스카와를 비롯해, 국내 협동 로봇 제조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의 제품을 취급한다.
이러한 로봇 시스템 외에도,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HMI(Human Machine Interface), 센서 등 다양한 자동화 부품·시스템을 통합해 자동화 전반에 걸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번 BUTECH에는 로봇을 활용한 용접 자동화 공정 시연을 통해 참관객에게 호평받았다. 이 솔루션은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 로봇, 아비코빈젤 용접 토치·와이어, JCT 용접 엔드 이펙터가 융합된 형태다. 아크(Arc)·스폿(Spot)·레이저(Laser) 등 용접 작업을 지원한다.
용접 작업뿐만 아니라, 용접 토치에 발생한 불순물(Spatter)을 제거하는 ‘노즐 클린(Nozzle Clean)’ 공정까지 수행 가능한 솔루션을 소개했다. 노즐 클린은 노즐 내외부에 쌓인 불순물을 제거해 가스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주요 작업이다. 참관객은 특히 이 시연에 주목했다. 용접 품질 유지, 장비 내구성 보호, 작업 효율성 향상 등을 위한 필수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 이 시스템은 티치 팬던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로봇을 훈련할 수 있다. 수직·수평뿐만 아니라, 복잡한 형상도 용접 가능해 유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해당 용접 자동화 시스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JCT 용접 자동화 소프트웨어 ‘링크봇(LiNKBOT)’이다. 여기에 이식된 위빙(Weaving) 기능은 용접 토치가 좌우로 가동해 넓은 용접선을 채우고, 용입을 깊게 해 고품질의 용접 결과물을 제공한다.

또 멀티패스(Multi-pass) 기능은 두꺼운 모재를 여러 층으로 나누어 용접하는 기술이다. 한 번에 용접하기 어려운 두께를 처리하고, 용접부의 강도와 품질을 높여 변형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특히 용접기에 접목된 디스플레이형 버튼식 제어기를 통해 작업 중에도 손쉽게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로봇 이동 훈련부터 각종 기능 수행, 긴급 정지 등 공정에 필요한 부분을 직관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