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금리에 이자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워진 대출자들이 속출하면서 전국 아파트 경매 건수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한국은행마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주택을 유지하는 대출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3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493건으로 전달 대비 19.1% 증가하며 202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809건으로 2014년 12월(845건) 이후 약 10년 만에 최다 건수를 기록하며 경매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낙찰률은 소폭 상승(48.7%로 전월 대비 6.8%p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낙찰가율은 전월(89.6%)보다 2.2%포인트(p) 하락한 87.4%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평균 응찰자 수도 줄어들며(9.1명→7.9명) 경쟁률이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는 대출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은 고금리의 장기화다. 미국 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소극적인 금리 인하 기조는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켜 경매로 내몰리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특히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라 불리는 고액 대출자들의 경우, 이자 부담이 더욱 커져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등 시장 불안정성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후순위 담보대출 제한 등 강력한 규제는 대출을 통한 주택 마련을 어렵게 만들어 경매 시장으로의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욱 낮추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정책 등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미국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한하고, 국내 대출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경매 물량이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리 인하가 당분간 기대되지 않는 가운데,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영끌족들이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 경매 시장의 비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