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기자(flame@mk.co.kr),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예금자보호 1억으로 상향
23년째 묶인 5천만원 한도
시대상 반영해 2배로 늘려
언제부터 시행할지 곧 결정
저축銀 예금 25% 늘어날수도
여야 정책위원회가 13일 예금자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통과에 합의하며 저축은행으로의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 보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면 저축은행 예금이 현재보다 16~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금융업권에서는 급격한 자금 이동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저축은행으로 많은 자금이 이동하면 자본 대비 예금 규모가 급증해 자본 비율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축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예금자와 예금보험기구 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저희 연구용역 결과 머니 무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권에서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며 과도한 예금 금리 인상이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자금 능력이 좋은 대형 회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미 은행권(0.08%)보다 높은 예금보험료를 내는 저축은행권 내부에선 이번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우체국은 저축은행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우체국이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인 만큼 우체국예금보험은 예금 전액을 보호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통상 금융권이 판매하는 예금에 비해 금리 수준은 낮다. 새마을금고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예금자 보호를 위한 자체적인 기금을 적립하고 있어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예금자 보호 한도가 1억원까지 상향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까지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자보호법 시행 시 보호받을 수 있는 자산이 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위험도가 높은 후순위 채권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수익증권은 보호 대상에서 빠진다. 예금 상품 가입 시 제외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지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금융권에서는 여야 의원들 다수가 제출한 법안을 병합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도 상향 시행 시점을 언제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크다.
예금자 보호 한도 적용 시점은 금융당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제2금융권으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예상되는 사안인 만큼 한창 대출 억제에 힘을 실을 때 시행되면 정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책 엇박자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시행 시기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금융권 역시 세부 시행 시기와 더불어 예금보험료가 업권별로 얼마나 추가로 인상될지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상향에는 합의했기 때문에 이제 언제부터 시행하겠다고 할 것인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야 합의에 따라 첨단산업 전력 공급을 위한 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 추서 계급에 따라 각종 예우와 급여를 제공하는 군인·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위기청년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위기청년지원법 등도 통과된다. 대부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1억원으로 상향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건축물 구조부 변경 시 허가권자에게 안전 확인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건축법 개정안 등도 처리하기로 했다.
[김정환 기자 / 채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