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신화를 이끈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1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그룹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대표이사로 취임한 2023년 8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김 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장석훈 삼양식품 경영지원본부장이 내부 승진으로 선임됐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올해 삼양식품은 밀양 2공장 완공, 해외 사업 확장, 불닭 모방 제품 이슈, 관세 이슈 등으로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놓여있다”라며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 최고경영자로서 관련 사업 및 포트폴리오 확장, 수출 지역 다변화, 관세 대응 등에 주력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임 배경을 밝혔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지주사는 재무와 관리 전문가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삼양 관계자는 “지주사는 투자 전략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라며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선 물러나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면서 그룹 전략에 관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남아 등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열풍을 이끈 삼양식품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 복병에 맞닥뜨렸다. 삼양은 미국 현지에 공장이 없어 100% 국내서 제조·수출한다. 삼양은 내부적으로 관세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라면은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데, 고율 관세가 현실화하면 이에 맞춰 판매 가격을 높이든 마진을 포기하든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2016년 3593억원이던 연 매출은 2022년 9090억원으로 뛰었고, 2023년에는 1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44.9% 증가한 1조7280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1조50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1조원을 넘겼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생산 능력을 끌어올려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특히 올해 6월 연간 6억9000만개 라면 생산 능력을 갖춘 밀양2공장이 완공되면 미주 수출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거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지로는 현지 수요를 전담하는 중국 공장을 2027년 목표로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