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쪽 지역에는 폭우가 내리는가 하면 저쪽에는 가뭄이 들고, 폭염일수가 늘고 산불이 잦아지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죠.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보통 30년 이상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날씨의 상태로, 기후변화 역시 그 속도가 느린데요.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가 가속하면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극한 더위와 극한 강수 발생빈도가 늘며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이로 인해 생태계 또한 변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동물 중 유일하게 영하 50℃ 이하의 극지에서 60℃ 이상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역에 분포하는 곤충의 사례를 살피며 기후변화로 인한 곤충의 변화가 생태계 균형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는지 알아봤습니다.

추석도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흔히 가을 풍경을 그릴 때 빠지지 않는 것으로 고추잠자리가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다니는 붉은색 몸체가 매력적이죠. 우리나라 중부~남부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추잠자리는 잠자리목(Odonata)에 속하는 잠자리의 한 종류예요. 고추잠자리 등 130여 종의 잠자리가 우리나라에 살죠.
보통 잠자리, 하면 떠올리는 형태는 가늘고 긴 몸에 날개가 달린 모습입니다. 몸의 대부분을 이루는 긴 배에는 마디가 있고 가슴에 2쌍의 날개와 3쌍의 다리가 달렸죠. 회전할 수 있는 머리의 앞쪽에는 한 쌍의 큰 겹눈과 홑눈이 있으며 먹이를 씹어 먹기 알맞게 발달한 큰 턱과 입을 가지고 있죠. 얇고 투명한 날개에는 그물 모양 시맥(곤충의 날개에 무늬처럼 갈라져 있는 맥)이 가득하고 앞뒤 날개가 다른 모양인데요. 날개 관절이 없어 앉을 때 몸 위로 날개를 접을 수 없는 고시류(古翅類·Palaeoptera)에 속하죠.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는 잠자리는 사실 지구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온 동물이에요. 현존하는 잠자리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곤충 화석이 약 3억 년 전인 고생대 석탄기 지층에서 발견되기도 했죠. 고시류 역시 지구상에 두 번째로 출현한 곤충 종류예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잠자리지만, 최근에는 그 처지가 크게 좋지는 못합니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에요.
기후변화가 잠자리 같은 곤충과 무슨 연관이 있냐고요. 대부분의 곤충은 환경이 변화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고 있어요.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지는 곤충들의 이야기를 알아보기 위해 김산하·김이솔·이현우 학생기자가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을 찾았습니다.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Journey of Dragonflies: Signs of Climate Change)’ 전시를 기획한 이혜린 연구사가 “이번 기획전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에서도 8종의 곤충을 세 가지 모습으로 조명한다”고 소개했죠.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 뭔가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계절에 따라 활동과 분포 지역, 개체군의 크기 변화 등이 뚜렷하거나 뚜렷할 것으로 예상돼, 종 자체를 지표화한 생물종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난화와 강수량 증가가 지속하고 극한 기후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더욱 심화하면서, 생물 다양성 전반에 걸친 종 분포와 조성 등이 변하고 생태계 교란 등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부에서 지속적인 조사·관리가 필요하게 된 거죠. 2010년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이 기후변화가 한반도 생물종 분포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고 예측하는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구상나무 등 100종을 선정·발표한 바 있어요.
2017년에는 국민이 관찰·구별하기 쉽고, 기후변화 예측에 유리한 이동성이 큰 곤충과 생물계절이 뚜렷한 종을 반영해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100종과 30후보종으로 개정했죠. 한반도 생물다양성 분포 변화를 효과적으로 감시·예측할 수 있는 지표 및 기후위기 대응 강화 대책 마련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이후 2024년에 또 한 번 갱신했는데요. 최근 생물종의 변화상 반영 및 체계적인 관측을 위해 ‘한국 생물다양성 변화관측 네트워크(K-BON)’ 사업으로 수집된 자료 분석과 내·외부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분포 변화가 예상되는 25종을 교체했죠. 크게 척추동물 26종, 무척추동물 25종, 식물 41종, 균류 5종, 해조류 3종이며, 그중 무척추동물에 속하는 곤충류는 19종입니다.

현우 학생기자가 “요즘 곤충이 급격히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지” 궁금해하자 산하 학생기자도 “올해 특히 여름이 길고 집중호우와 폭염이 있었던 게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로 인해 곤충들도 큰 피해를 입었는지” 질문했죠. 이 연구사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크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수질오염이 늘면 물속에 사는 곤충이, 토양오염이 심해지면 땅속에 오래 머무는 곤충이 피해를 입겠죠. 잠자리의 경우 유충이 물속에서 생활하는데 물이 오염되면 성충으로 자라지 못할 수 있고, 장수풍뎅이는 땅에 알을 낳는데 땅이 오염되면 애벌레조차 될 수 없을 수 있고요. 그렇게 성충이 되는 개체가 줄면, 다음 세대 번식도 줄어들고, 결국 전체 개체수가 적어지겠죠.”
곤충은 스스로 체내 온도나 수분을 조절할 수 없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취약한 편입니다. “사람은 더우면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지만, 곤충은 그럴 수 없어요. 폭염이라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켤 수도 없죠. 또 햇볕이 강해서 식물이 시들어버리면 먹을 것도 사라지고, 폭우가 쏟아지면 유충이나 알이 떠내려갈 수도 있고요. 살아남더라도 성충이 되는 시기나 번식기가 늦어지는 등 영향을 받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개체수가 증가한 곤충이나 돌연변이가 생긴 사례도 있나요.” 산하 학생기자의 질문에 이솔 학생기자도 덧붙였죠. “바다 수온이 높아지며 아열대성 물고기가 우리나라에서 잡힌다는데, 아열대성 곤충도 나타나나요. 그럼 원래 살던 온대 곤충들도 서식지를 옮겨서 살면 안 되나요.” 이 연구사는 “서식지를 옮겨가는 곤충도 있고, 그렇지 못한 종도 있는데 이번 기획전에 기후가 따뜻해지며 서식지를 확장한 곤충 2종을 소개한다”며 “아열대 곤충의 경우 최근 5년간 국내 발견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죠.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년부터 국내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종·미기록종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을 분석 중입니다. 2024년 연도별 조사 결과,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은 2020년 4%(17/425종), 2021년 4.4%(19/425종), 2022년 5%(19/380종), 2023년 6.5%(25/380종), 2024년 10.2%(38/370종)로 꾸준히 증가했어요. 곤충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이동성이 뛰어나 환경 변화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최근 아열대성 곤충 발견이 늘어나는 것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돌연변이의 경우 아직 밝혀진 바는 없지만, 갑작스럽게 대발생하는 사례는 거의 매년 나타나고 있어요. 흔히 러브버그라고 부르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잘 알려진 예죠.” 이 연구사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진저리를 치다 이어지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2022년부터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대발생했는데요. 외래종이라 아직 완전히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토종 천적도 연구되지 못했어요. 토착종이 천적이 되기에 오래 걸리기도 하고요. 다만 성충은 거미류·조류 등이 포식자 역할을 한다고 해요. 6월 말~7월 초 대량 발생해 사람들이 해충이라고 질색하지만, 그 또한 인간만의 입장에서 본 것일 수 있어요. 여러분이 싫어하는 모기나 파리도 마찬가지죠. 붉은등우단털파리의 경우 수명은 약 일주일에 불과하고, 딱히 독도 없고 사람을 물거나 질병을 옮기지도 않는 데다, 꿀벌처럼 꽃가루를 옮기는 화분매개곤충(수분곤충)이며, 땅속에 사는 유충은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등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모기·파리도 먹이사슬의 한 축이 되거나 수분을 돕고 진딧물의 천적이 되기도 하죠.”
곤충은 왜 기후변화에 취약할까
“곤충은 우리 주변에도 살지만 극지나 사막 등 지구 곳곳에 사는데,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면 그 이유는 뭔지, 우리가 잘 모르는 숲이나 강가 같은 특정 서식지에서만 나타나는 곤충들이 멸종 위기에 놓이는 이유는 뭔지 궁금해요.” 현우 학생기자의 말에 이 연구사는 “극지·사막 같은 특정 기후·지역에 사는 종일수록 그만큼 생활조건에 제약이 크다 보니 더더욱 변화에 취약하다”고 했죠. “아주 추운 곳, 아주 더운 곳에 맞춰서 사는 법을 터득했는데 갑자기 반대로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곤충뿐 아니라 먹이가 되는 생물 또한 줄어들면서 더욱 생존 위협이 커지죠. 인간 활동에 의한 서식지 파괴 영향도 큽니다. 멸종위기종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데요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염풍뎅이의 경우 강가의 모래톱이나 하천 경작지 주변 풀밭에 서식하는데 이런 지역이 개발로 인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 현재는 논산 등 금강수계에서만 살고 있어요.”

곤충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 이 연구사는 크게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로는 먹이사슬의 최하위 단계에 위치한다는 점, 둘째로는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먹이원·생활조건 등의 작은 변화로도 곤충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나비목의 경우 특정 식물만 먹기 때문에(기주특이성) 먹이식물의 개화 시기가 변화하거나, 식물의 생육 조건에 맞지 않아 그 식물이 사라지면 대안이 없어 바로 생존 위기를 겪게 되죠. 또 곤충은 체온 조절을 못해 주변 온도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데다, ‘유효적산온도’에 따라 성장하는데요. 이는 곤충의 성장에 필요한 온도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대기 온도가 상승할수록 곤충의 출현시기가 빨라지는 거죠. 이 연쇄 작용으로 인해 성충으로 성장했는데 먹이원과 시기가 어긋나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6월에 피는 꽃을 먹는 나비가 기후변화로 더워져 1개월 앞선 5월에 성충으로 성장한다면, 꽃은 아직 피지 않아 먹이가 없는 거예요.”

이솔 학생기자는 “다른 곤충도 많은데 기획전 제목에 ‘잠자리’를 대표로 사용한 이유”와 함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에서도 8종의 곤충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했죠. “앞서 언급한 나비목과 함께 잠자리목이 특히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잠자리목은 유충 시기는 물속, 성충 시기는 육상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수생 환경과 주변 육상 환경이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수온 상승, 강수 패턴 변화 등을 일으켜 서식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죠. 수온에 따라 유충 성장 속도가 달라지는 게 대표적이에요. 대부분의 잠자리 유충은 따뜻하고 얕은 물에 사는데 수온이 오르면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성충의 출현 시기도 앞당겨지며, 먹이와 번식 환경 등이 달라져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되죠. 과거 6월경 출현했던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성충은 최근 5월에 발견되고 있어요. 또 대부분의 잠자리 유충은 깨끗하고 맑은 습지에 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오염 및 습지 감소, 수생식물의 변화가 가속화되며 서식지를 잃고 있어요. 몇몇 종은 장거리를 날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잠자리는 연결된 습지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으면 확산이 어렵습니다.”

이어 “가을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곤충이기도 해서 잠자리를 제목으로 썼다”고 하자 소중 학생기자단도 고개를 끄덕였죠. “기획전을 통해 만날 수 있는 8종의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곤충은 각각 북상·적응·위기의 사례를 잘 보여줘요. 또 나비목과 잠자리목을 비롯해 노린재목·메뚜기목 등 다양한 종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했죠.”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
소중 학생기자단은 첫 번째로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원래 살던 남쪽 지방에서 북쪽으로 서식지를 북상하는 곤충을 만났어요. 먹그림나비와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먹이식물 나도밤나무가 기온 상승으로 북쪽으로 이동하자 먹이를 따라 이동하게 됐죠. 1990년 전남 해남군에서 2004년 전북 완주군으로, 이어 2010년 충남 홍성군에서 2013년 인천 무의도까지 올라온 먹그림나비와 나도밤나무의 여정을 보며 세 사람은 너무 빠른 건 아닌지 걱정했어요.
아열대성 곤충인 무늬박이제비나비와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각각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에 처음 자리를 잡은 후 따뜻해진 한반도의 기온을 따라 꾸준히 북상하고 있죠. 특히 아프리카·중동 등에 서식하는 푸른아시아실잠자리는 1980년대 전남에서 확인된 후 따뜻해진 한반도의 기온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와 2020년 경기도 파주에서도 사는 것을 발견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푸른아시아실잠자리 서식지 변화 지도와 영상을 눈여겨봤죠.

두 번째는 환경에 적응한 곤충입니다. 말매미는 온도 상승으로 유충 생존율이 높아지고, 우화시기도 빨라져 개체수가 증가해 2000년대 중반 이후 한반도 전역으로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어요. 이 연구사는 말매미가 늘며 여름밤에 말매미가 크게 우는 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귀띔했죠. 넓적배사마귀는 따뜻해진 날씨 덕에 활동 시기가 길어진 데다 뭐든 잘 먹는 식성 덕에 적응을 쉽게 하며 서식지를 확장하고 있고요. 과천과학관 생태연못에도 사는 넓적배사마귀는 전시장에서도 직접 만날 수 있어요. 관찰 상자를 들여다보니 넓적배사마귀가 천장에 거꾸로 붙어있었죠.
세 번째는 작은 변화에도 생존에 위기를 겪는 곤충입니다. 유충 시기를 차가운 물에서 보내는 큰그물강도래는 수온이 높아지면서, 썩은 참나무에 사는 사슴풍뎅이는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이 변화하면서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죠. 가을에 활동하는 철써기는 기온이 높아지며 번식 시기와 먹이식물의 성장 시기가 어긋나 위협을 받고 있어요.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위험에 처한 곤충들을 만났습니다. 먼저 조선시대 그림이 눈길을 끌었죠. 조선 후기 인물인 남계우는 평생 나비와 꽃 그림을 즐겨 그렸으며, 나비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해 남나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데요. 그가 그린 그림 속에는 붉은점모시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죠. 남계우는 평생을 서울 남송현(현재 소공동)에 살았던지라,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붉은점모시나비가 서울에 서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강원도 삼척, 경북 의성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이죠.
“아까 나비에게 기주특이성이 있다고 했는데, 붉은점모시나비는 기린초만 먹어요.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기린초는 기온 상승 여파로 점점 줄어들었고, 붉은점모시나비 또한 사라지고 있죠. 한라산 고지대의 저온다습한 환경에서만 사는 김의털을 먹이식물로 하는 산굴뚝나비 또한 한라산이 고온다습해지면서 김의털과 함께 생존 위기를 맞았어요.”
학명 ‘Nannophya koreana’를 보면 바로 한국 고유종임을 알 수 있는 한국꼬마잠자리는 맑고 얕은 습지에서 유충 시절을 보내는데요. 수온 상승으로 인해 유충 생존율이 감소하고, 강수 패턴의 변화로 인한 습지 감소 및 수위 상승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으며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죠.

“곤충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의 일상이나 생태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궁금해하는 현우 학생기자에게 이 연구사는 “곤충은 생태계에서 먹이원·화분매개자·분해자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조류·어류·양서류·파충류·포유류 등 수많은 동물의 주요 먹이인 곤충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무너져요. 또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는 곤충이 사라지면 야생 식물뿐 아니라 농작물의 열매 맺기가 줄고, 이는 인류의 식량 위기와 직결되죠. 또 낙엽·사체·배설물 등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곤충이 사라지면 땅은 황폐해지고 오염물은 쌓이고 병원균 발생이 증가하게 돼요. 이 모든 걸 종합하면 결국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심각해진 표정으로 산업화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그래프를 보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이유와 우리나라를 덮친 기후위기에 대해 알아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생활 속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자연 생태계와 기술을 활용해 남은 온실가스를 흡수·제거해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에 주목했어요. 터치스크린을 통해 ‘오늘 과학관에 어떻게 왔나요?’ ‘간식으로 무엇을 먹었나요?’ 등 간단한 문답을 하며 오늘 나의 하루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보고 놀라기도 했죠.
“탄소중립을 위해 소년중앙 독자 또래 어린이·청소년은 일상에서 무엇을 실천해야 하나요.” 산하 학생기자가 묻자 현우 학생기자도 “곤충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알려달라고 했죠. 이 연구사는 “TV나 유튜브 적게 보기부터 음식 남기지 않기,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하기, 텀블러 같은 다회용품 사용하기 등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죠. “연구자들은 매년 멸종위기종 조사, 비슷한 환경의 신규 서식지 발굴, 인공사육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 연구, 개발을 막기 위한 서식지 보호구역 지정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요. 여러분은 일단 곤충을 함부로 잡지 않기, 꽃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 보호하기 등을 할 수 있겠네요. 또 만약 멸종위기종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국립생태원에 제보하면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답니다.”
동행취재=김산하(경기도 호원초 6)·김이솔(서울 대곡초 6)·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의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 전시를 통해 기후변화를 겪는 곤충들을 살펴보는 취재를 하러 갔어요. 연구사님을 인터뷰하며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곤충과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곤충 이야기를 들었죠. 그중 넓적배사마귀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저는 실제로 사마귀를 키우기도 하고 굉장히 좋아해서 매우 신났죠. 인터뷰가 끝난 뒤 실제로 만져보기도 했어요. 전시를 살펴보며 특히 우리나라 고유종인 한국 꼬마잠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무섭기도 했죠. 비가 오는 바람에 생태연못에서 채집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흥미로운 취재였습니다.
-김산하(경기도 호원초 6) 학생기자
사실 저는 곤충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동생 덕분에 곤충을 자주 접해왔기에 이번 취재 주제가 꽤 흥미롭다고 느꼈어요. 국립과천과학관 곤충생태관 기획전을 준비하신 연구사님을 인터뷰하면서, 곤충이 우리 곁에서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비록 아주 작아 보여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됐죠. 또 곤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곤충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떠올리게 됐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탄소를 줄이는 생활을 실천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소중한 독자 여러분도 저와 함께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김이솔(서울 대곡초 6) 학생기자
‘잠자리를 따라가면 보이는 것들’ 전시를 취재하고 이혜린 연구사님과 인터뷰하면서 기후변화로 곤충과 자연이 얼마나 파괴되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됐어요. 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고,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등 많은 일을 하는 곤충이 만약 사라지면 결국 인류도 위험에 처할 수 있죠.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어떤 곤충은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처하지만, 또 다른 곤충은 기후변화에 적응해 서식지를 넓혀 간다고 해요. 적응을 잘하는 넓적배사마귀, 원래 열대지역에 살던 잠자리가 기후변화로 한국에 와서 남부지방에서 경기도까지 올라온 사례가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탄소 배출 테스트였습니다. 내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 바로 알 수 있는 장치였는데, 직접 해보니 저도 꽤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더라고요. 재미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섭게 다가왔죠.
-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학생기자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국립생물자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