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 통과할까?...이재명, '52시간 예외' 두고 정책 토론 제안

2025-01-13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며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01.13.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과거 삼성이 미국이나 일본을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적시 투자하고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면서 그들보다 훨씬 더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이안재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다 나서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돕는데 삼성은 혁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삼성은 현재 무슨 일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이한주 민주연구원장)

"2월 초 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 Collar Exemption·특정 고연봉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미국의 제도)을 두고 정책 디베이트(토론)를 진행하려 한다."(김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더불어민주당 의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반도체 산업' 토론회에서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연구원과 민주당 경제안보특별위원회 공동 주최로 이뤄졌다.

특위 위원장을 밑은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모두 발언에 나서 "최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 관련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적기 대응을 못하고 실기할 수 있단 염려가 커지고 있다"며 "오늘 이자리를 빌어 기업과 함께 고민하는 방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가 된 것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의견 제시를 통해 당과 함께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지혜를 더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한주 민구연구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의 통상·산업정책 연속 경청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안재 부사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국가차원에서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에 전폭적 지원 중인 점 등을 강조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도체 R&D 인력에 한해 52시간제 예외 적용'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이 부사장은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일을 열심히, 많이 해야 한다"며 "특히 첨단산업, 반도체의 경우 기술 개발에 많은 리소스(자원)가 투입되고 선두 제품 개발을 위해 2~3년, 최소 6개월~1년 정도는 집중 근무해야 한다. 돌발 변수도 발생하고 그 때마다 바로 바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삼성이) 후발주자였지만 빠르게 미국이나 일본을 추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적시에 투자하고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면서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이 일했기 때문"이라며 "TSMC가 10나노(nm) 경쟁에서 인텔과 삼성전자를 제칠 때 R&D 인력을 24시간 풀로 교대 근무를 시키며 꺼지지 않은 실험실을 만든 것, 이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또 "우리도 충분히 연구하고 일하고 기술개발 할 수 있도록 첨단산업 R&D 종사자에 한해 근로기준법상 (주 최대 52시간 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례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국회에는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다수의 '반도체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일례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반도체 생태계 육성과 지원의 내용을 담은 특별법 △투자세액공제 확대 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법안을 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높이고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을 기존 대비 10조원 확대해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여권에서는 이에 더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최대 52시간 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이같은 내용의 반도체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이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반도체 특별법은 표류중인 상황이다.

민주당이 '주 52시간 적용 예외' 가능성을 아예 차단한 것은 아니다. 김태년 의원은 지난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관련기사☞"트럼프 2기, 상상 이상일 것···첨단전략산업 신속 지원해야"[인터뷰])에서 "이미 일정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한에서 총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가 시행중"이라며 "이 제도를 활용하는 한편 일본이나 미국에서 시행중이라는 고소득 전문직 대상 근로시간적용 면제제도 도입을 위해 어떤 직종, 어느 정도의 연봉에 한해 이를 예외 적용하는 게 좋을지, 공론화 과정이 우선돼야 하지 않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면 추후 법개정을 하더라도 일단은 여야 합의된 부분부터 국회를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의 통상·산업정책 연속 경청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1.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반도체 특별법을 두고 여야 논의가 더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중순쯤 법안 처리 진행상황을 보고 받고 이달 초 정책 디베이트를 직접 제안했다.

이날(13일)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김원이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 관련 어느 정도 합의가 됐지만 남은 쟁점이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라며 "이건 특별법에 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가 당내 분위기이고 산자위 논의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연봉의 전문 연구직에 대해서는 (노동시간 규제 관련) 새로운 트랙을 만들 필요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 (반도체 특별법이 아닌 현행 근로기준법상) 하나의 별도 근로시간 트랙을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이라며 "2월 초에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정책 디베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 노동계 등으로부터 찬반 2명씩 (패널을 섭외해) 2월 초쯤 토론회를 준비 중"이라며 "기업 측에서는 이런 토론을 제안했을 때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민주당은 사회적으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제에 한해 정책 디베이트를 시행중이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을 주제로 한 토론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상법 개정에 이은 세 번째 토론이다. 금투세 토론 이후 이재명 대표는 원래 올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24 정기국회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 홍보 활성화 일환으로 당의 주요한 정책 이슈가 제기됐을 때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를 제도화하려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삼성전자를 향한 쓴 소리도 나왔다.

이한주 원장은 "분명한 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선두해서 이끌어 가는데 삼성에 대한 걱정들을 많이 한다. 국민들의 자부심이자 자랑이었던 삼성과 반도체가 요즘 들어 국민들께 걱정을 끼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계속 혁신하고 나아갈지에 대해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또 토론회 말미 "다 나서서 삼성과 SK를 돕는데 삼성은 혁신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삼성은 현재 무슨 일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같은 질문을 받고 이 부사장은 "제가 그 전반에 대해 말씀드릴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저희도 시장에서 우려하는 바를 잘 듣고 있고 인식하고 있고 새로운 제품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있으며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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