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삼일절을 맞이하여 예술을 통해 시대정신을 조명하는 제4회 삼삼삼예술축제가 3월 1일부터 3일까지 삼일대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방랑자’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역사적 사건과 현대의 사회 문제를 연결하며, 예술의 힘으로 기억과 재해석을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삼삼예술축제는 삼일절을 단순한 역사적 기념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시대정신을 오늘의 사회적 문제와 연결하는 예술적 실험으로 확장한다. 올해 주제는 ‘방랑자’로 독립운동을 위해 국경을 넘은 이들, 전쟁과 억압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난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조명하며 다양한 예술적 형식으로 탐구할 예정이다.
4년째 민간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자발적 참여… 공공기금 없이 추진
이 축제는 정부나 공공기금의 지원 없이 민간 예술가들과 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업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의적인 시도와 헌신이 삼일운동의 정신을 오늘날 예술적 실천으로 되살려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축제들은 첫해 '이방인' (2022년), 두 번째 '보통사람' (2023년), 세 번째 '비인간' (2024년)을 주제로 강연, 공연, 전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예술축제를 성공적으로 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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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행사를 주관하나? 바로 총감독 김준영과 공연감독 류찬이다. 이들은 삼삼삼예술축제를 처음 만들고 이끌어온 주역이다. 총감독 김준영은 “이번 축제를 통해 삼일운동을 과거의 한 장면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오늘의 사회 문제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구심점으로 삼게 되기를, 그 마중물을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이 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공연감독 류찬은 “일제강점기, 민족, 한반도를 넘어 더 확장된 시공에서 삼일운동정신을 바라볼 때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예술가들의 능동성과 적극성이 우리 축제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 둘과 함께 10여 명의 전문예술가들로 구성된 기획단이 축제를 꾸려오고 있다.
삼일대로의 역사성과 문화공간의 협력
삼일대로는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에서 남산1호터널을 지나 용산구 한남동에 이르는 길로, 삼일운동을 기념하여 이름 붙여진 길이다. 이번 축제는 이러한 공간적 상징성을 활용해 삼일로창고극장, 삼일빌딩 탭샵바, 반쥴, 종로아트홀 등과 협력하며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실천을 결합한다.
3월 1일 낮 1시, 원일의 '달아나밴드'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가 원일과 음악그룹 힐금, 아쟁주자 김성근, 가객 조윤영 등이 출연하며, 권보드래 작가의 책 ‘3월 1일의 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곡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마지막 곡 ‘3월 1일의 밤과 빛’은 모든 연주자가 함께하는 삼일절 시나위 합주로, 삼일운동과 오늘의 광장을 잇는 뜨거운 희망을 표현할 예정이다.
이어 낮 2시 30분에는 삼일로창고극장 스튜디오에서 권보드래 작가의 강연이 진행된다. 고려대 교수이자, 작가인 권보드래는 2019년 3월 1일 삼일운동 100돌 기림으로 발간한 저서 ‘3월 1일의 밤’을 통해 삼일운동의 의미와 그날의 기록을 현대적 시각에서 풀어낸 바 있다. 저녁 4시에는 거리예술 단체 리타이틀의 거리공연 ‘이 땅에 선’이 삼일로창고극장 야외와 명동성당 일대에서 펼쳐진다. 100여 년 전 독립운동가들의 방랑과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방랑의 의미를 신체 움직임과 거리공연으로 탐구하는 작품이다.
한편, 삼일빌딩 탭샵바에서는 저녁 6시부터 강연, 디제잉, 연주, 시민참여가 어우러진 ’향연 – 3월 1일의 밤’이 펼쳐진다. 이번 ’향연’의 이야기 손님으로는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추적해 사진으로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동우 작가가 초대되었다. 김동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삼일운동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전용현 DJ의 오프닝 디제잉, 김유리, 곽재혁, 박연희, 바리톤 Scott Stout 등의 연주가 이어진다. 마지막은 이집트 Selecta Zaky Wael이 장식할 것이다. 한편, 시민참여프로그램으로 권보드래 작가의 저서 ’3월 1일의 밤’을 함께 낭독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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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인 3월 2일에는 삼일로창고극장 스튜디오에서 김명준의 강연 ‘조선학교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어 저녁 4시에는 조선버전의 주제공연 ‘빛나는 밤: 횃불’을 삼일로창고극장에서 선보이며, 저녁 5시에는 리타이틀의 거리공연 ‘이 땅에 선’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저녁 7시에는 종로아트홀에서 영화 ‘하늘색 심포니 (감독:박영이)’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의 북한 수학여행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날 김화복 거문고 연주자가 상연 전에 연주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3월 3일에는 반쥴에서 성 프란시스 대학 김동훈 교수의 강연이 이어지고, 저녁 4시 폐막공연 ‘모든 길은 집으로 향한다’에서는 바리톤 이응광과 피아니스트 이소영, 성우 장은숙, 해금 연주자 원나경, 무용가 안상화, 바이올리니스트 김유리와 서도소리꾼 김유리 등이 출연해 제4회 삼삼삼예술축제 주제인 ‘방랑자’와 연계된 독일가곡, 서도민요, 윤이상 곡, 헤르만 헤세의 글 낭독 등을 선보이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미디어아트 및 설치 작품 전시… 다양한 시각적 해석
이번 축제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와 설치미술을 통해서도 삼일운동의 의미를 탐색하는 시도가 이루어진다. ‘오버랩’이라는 큰 제목 아래 삼일빌딩 탭샵바 미디어월에서는 김경민 작가의 ‘Noname 25’와 이뿌리 작가의 ‘거리의 서(書)’, 우진, 존 뮤터(John Mutter)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축제 기간 상영된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거인아트랩 공간에서는 정치구 작가의 ‘안녕 백구’를 비롯한 이규원, 이뿌리, 장재희, 김경민, 이뿌리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또한, 김준영 총감독의 거문고 사운드 작업이 공간과 조화를 이루며, 삼일운동의 기억과 현재의 예술적 실천을 연결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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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운동의 역사성과 예술의 만남, 관객과 함께하는 축제
삼삼삼예술축제는 삼일운동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삼일대로라는 공간, 그리고 삼일간이라는 시간 속에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강연, 공연, 전시와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은 예술과 역사, 그리고 오늘의 삶을 잇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예약을 통해 예매와 소액 후원을 할 수 있다. 이번 축제가 예술을 통해 삼일절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되새기고, 나아가 동시대적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예매와 축제 정보는 https://linktr.ee/sssaf2025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