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단기적 비용 절감이나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 사건에 대해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하고 중형을 구형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대형 건설사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노동안전 종합대책’과 관련해 일선 검찰청에 산업재해 사건을 신속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사망 피해자가 2명 이상 나온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수립하지 않고 명백한 위험·유해요소를 방치한 경우 등 법인의 중대한 의무위반 사안에 대해 중형을 구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검찰은 산업재해 사건을 수사할 때 불법파견 여부를 필수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등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불법 파견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하고 구형에 반영하기로 했다. 단기적 비용 절감이나 생산량 증대를 목적으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법인에 대한 벌금형을 경제적 이익 이상의 금액으로 구형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산업재해 사건 발생 즉시 전담검사를 지정하기로 했다. 주요 사건의 경우 전담검사가 직접 현장감식에 참여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중요 중대산업재해 사건을 수사하거나 수사 지휘 중인 일선 검찰청에 대검 중대산업재해 전담 연구관(검사)과 수사관 인력을 지원하는 등 수사 지원도 강화한다. 각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담부서 부장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책임수사제도 시행한다.
검찰은 중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5근무일 이내에 노동청 등과 수사협의회를 개최해 수사 방향을 협의하고, 노동청·경찰 합동 압수수색 등으로 신속히 증거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검과 고용노동부가 정례적으로 수사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해 전국 중대산업재해 사건의 수사경과를 점검하기로 했다.
대검은 “중대산업재해 등 사건에서 원활하고 신속한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속히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검의 지시는 이 대통령이 최근 중대산업재해 처벌을 강조하자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무회의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며 “반복적인 산업재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정말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