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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히 많은 콘텐츠. 특정, 불특정 고객을 향해 말과 글, 이미지, 영상,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형태로 소통하고 있다. 빠르게 흐르는 콘텐츠 소비형태의 변화는 새로움을 갈망하는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디지털 공간을 달구고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주 소비자이자 확산의 주역인 MZ세대를 위한 소통 패러다임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콘텐츠 범람 시대에 독창적인 아이디어 콘텐츠로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재미와 흥미 요소를 콘텐츠에 담아내야 한다. 밈(meme)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현대자동차의 부계정으로 숨어있는 뚜벅이 '르르르' 인스타그램이 독특한 밈 콘텐츠로 인기를 얻고 있다. 18만명의 참여하는 '르르르' 계정은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이나 차량 대여 서비스, 자전거, 킥보드 등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뚜벅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빌리티 이야기로 재미와 공감을 선사하며, 현대차의 잠재고객을 향한 의도하지 않은 참신한 마케팅이라는 평이다.
LG전자의 경우 브랜드 슬로건 'Life's Good'을 활용해 유머러스한 밈을 공식 SNS에서 공유했다. 특히 'Life's Good but…(삶은 좋지만…)'이라는 형식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이 유행하며 MZ세대와의 친밀감 상승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KT&G는 KT&G 커뮤니케이션실 직원으로 설정된 기존 '케프로' 캐릭터를 통한 소통 강화로 인스타그램 유저들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밈'과 '챌린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개그우먼 이수지와의 콜라보콘텐츠인 〈케쥐극장〉 코너를 통해 재미있는 밈 콘텐츠로 KT&G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이후, 게임 속 장면(예: 달고나, 줄다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활용한 밈을 공식 SNS에서 제작했다. 사용자들도 자체적으로 다양한 밈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로 이어졌다.
공공기관의 경우 한국관광공사는 전통 국악인 '범 내려온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상을 제작하여 국내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밈 콘텐츠를 가장 먼저 선보여 화제를 낳았다. 신나는 리듬과 독특한 연출로 2030 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충주시는 유튜브 채널 '충TV'에서 '충주맨'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유쾌한 밈 콘텐츠로 공공기관의 롤모델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방청은 SNS에서 유행하던 '슬릭백 챌린지'를 활용하여 겨울철 안전사고 예방 메시지를 전달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채널 주 이용 연령층 2030을 고려해 대표 캐릭터 중심으로 콘텐츠를 운영하며 2030세대가 선호하는 밈o유행어를 활용한 톤앤매너로 팔로워(심토리)들과 소통하고 있다.
경찰청은 업무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친근하게 전달하기 위해 '폴인러브' 캐릭터를 통해 사건의 재구성 등 시의성 있는 이슈나 유행하는 밈을 활용하여 법률 정보나 안전 수칙 등을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찰 업무를 친근하게 전달하여 국민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공기관이 밈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고, 기관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밈 콘텐츠가 효과를 입증받고 있다. 빙그레가 국가보훈부와 협업으로 진행한 독립운동가의 한복 복원 작업은 AI 딥 페이크 기술의 순기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재미와 흥미를 넘어 문화유산 복원이나 역사 교육 등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활용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여 기업의 이미지와 제품판매에도 좋은 성과로 귀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빙그레는 MZ세대와 소통하는 트렌디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AI 활용 밈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 캐릭터로 제작된 빙그레우스 왕자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강화하여 MZ세대와 소통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I기술을 접목하여 빙그레우스 왕자와 소통하는 쳇봇 출시, AI 음성합성을 활용한 빙그레우스 왕자 중세 목소리 제작, 이미지 생성 등을 적극 활용해 밈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 참여 팬덤을 형성하고 브랜드 강화는 물론 제품 판매로 연결되는 선순환 소통에 성과를 내고 있다.
밈 콘텐츠는 재생산 및 재가공이 용이한 특성이 있다. 밈을 활용한 마케팅은 MZ세대 뿐만아니라 소비과정에서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컨슈머를 동시에 자극하여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할 수 있다. 기업(관) 입장에서 밈 콘텐츠의 자발적 확산은 저비용 고효율로 제품(정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천편일률적인 콘텐츠 환경에 매력적이다.
다만, 밈은 일반적으로 재미와 흥미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가벼운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어 브랜드의 이미지나 공공의 메시지와 충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밈은 특정 맥락에서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해석으로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가 있다. 따라서 밈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할 땐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미와 흥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매력이 있을 수 있으나 반감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