任重而道遠 (임중이도원)

2024-07-03

증자는 “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이 나왔다. 할 일도 많고, 책임의식도 강한 지사적(志士的) 인물에 대해 사용하는 말이다.

충남 부여 규암면 부산(浮山) 기슭에는 ‘대재각(大哉閣)’이라는 비각이 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다 돌아온 이경여(李敬輿)가 올린 설욕의 북벌상소문에 대한 효종의 응답 중에 “지통재심 일모도원(至痛在心 日暮途遠)”, 즉 “마음엔 아직 호란을 설욕하지 못한 지극한 아픔이 있는데, 날은 저물고 길은 멀구나!”라는 구절이 있었다. 훗날, 송시열이 이 구절을 써서 이경여의 아들 민서(敏敍)에게 준 것을 민서의 아들 이명(?命)이 할아버지가 낙향하여 살던 부산 기슭의 돌에 새기고, ‘크도다!’라는 뜻을 담은 비각 ‘대재각’을 지은 것이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임중이도원’에 다름 아닌 효종의 ‘큰 한탄’이다.

요즈음 우리 정치인 중에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큰 뜻’을 가진 인물이 과연 있을까? 군사력만을 평화의 길로 여기지 않고, 무지한 용감함을 힘으로 믿지 않아야 비로소 ‘큰 뜻’이 서리라.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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