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 대규모 통신 재난으로 이어진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민간 통신회선 대부분을 이원화했다고 발표했지만 과기부의 비합리적 기준 때문에 31.6%는 실질적으로 이원화되지 않았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3일 나왔다. 과기부가 사용자와 하위 통신국사, 상위 통신국사 순으로 통신망이 구성된 경우에만 이원화 조치를 적용하고, 사용자가 상위통신국사와 직접 연결되는 경우에는 미적용했기 때문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통신국사는 유·무선 교환설비, 전송설비 등 주요 통신 설비를 안전하게 운영·관리하기 위한 건축물을 말한다. 통신회선은 통상 사용자-말단기지국-중계기지국-하위 통신국사-상위 통신국사로 연결된다. KT 아현지사 사고는 상위 통신국사인 아현지사 통신선이 끊어지자 하위 통신국사 회선이 일제히 불통이 된 사건이었다.
이후 과기부는 중계기지국을 많이 보유한 하위 통신국사들을 중요 통신 시설로 지정해 상위 통신국사가 불능 상태에 빠지더라도 다른 회선을 확보토록 하는 이원화 조치를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 통신국사 1만9399곳 가운데 836곳이 중요 통신 시설로 지정됐고, 이 중 824곳(98.6%)의 이원화가 완료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날 4차 산업혁명 대응 점검 일환으로 정보통신 인프라 위험 대비 분야를 감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KT·LG·SKT 등 3개 통신사업자가 보유한 3729만 회선 중 1179만 회선(31.6%)은 이원화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과기부의 통신망 이원화 조치는 사용자-하위 통신국사-상위 통신국가 형태로 통신망이 구성된 경우에만 적용됐고, 사용자-상위통신국사의 직접 연결 형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위통신국사에 문제가 생기면 통신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다.
감사원은 또한 과기부가 통신망 이원화 대상인 통신국사를 중요 통신 시설로 지정하는 기준에도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과기부는 사용자와 직접 접속해 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말단기지국이 아닌 중계기지국 수를 활용했다. 이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 통신국사 375개 중 잠재적 피해 규모가 적은 2개 국사는 중계기지국 수가 100개 이상이라는 이유로 중요 시설로 분류돼 통신망이 이원화됐다. 반면 말단기지국 수가 1100개 이상으로 잠재적 피해 규모가 큰 25개 통신국사는 중계기지국 수가 100개 미만이라는 이유로 일반시설로 분류돼 이원화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사원은 과기부가 1개 중계기지국 당 말단기지국 수가 비슷하다는 전제 하에 중계기지국 수를 활용중이나 실제 통신사업자별·지역별로 중계기지국 당 말단기지국 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상위통신국사 직접 수용 회선에 대한 이원화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통신국사 등급 분류 시 말단기지국 수를 고려하라고 과기부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