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의 증가, 과잉 진단은 아닐까...신경과 의사의 비판적 고찰[BOOK]

2025-11-21

진단의 시대

수잰 오설리반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최근 자폐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만성 코로나 증후군, 라임병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과거엔 드물다가 부쩍 증가하거나, 아예 새롭게 등장한 질환들이다. 30년 경력의 영국 신경과 의사인 지은이는 그 이유가 질환의 증가가 아닌 진단의 확대 때문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질병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과잉진단과 무의미한 치료,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 게 아닌지를 고찰한다.

자폐는 50년 전만 해도 1만 명에 4명꼴이었다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1명이 됐다. 지은이는 일부 의사들이 자폐 장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미국정신의학회가 발행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 속의 공식 용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도 소개한다. 자폐는 장애가 아니라 일종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전국자폐자협회도 ‘장애’ 대신 ‘상태’라는 용어를 쓴다. 흔히 자폐인에게 학습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자폐인 가운데 말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지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진단과 관련해 많은 논쟁과 과학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ADHD, 만성 코로나 증후군, 라임병‧헌팅턴병, 그리고 암 유전자 등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DHD의 경우 1968년엔 DSM에서 ‘아동의 과잉운동 반응으로 사춘기에 사라지는 주의산만과 안절부절’이라고 정의됐다. 하지만 최근 성인에게도 이를 진단할 수 있게 되면서 진단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지적이다. 지은이는 수많은 질환의 ‘정상’과 ‘비정상’의 회색지대에서 경계를 어디에 설정해야 할지를 두고 논쟁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한다.

지은이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환자의 이름을 뺀 모든 사례와 대화가 실제 상황이라는 점에서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다. 원제 The Age of Diagnosis: How the Overdiagnosis Epidemic is Making Us S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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