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 닫고 배달 뛴다”…불황에 폐업한 사장님, 라이더로 전업

2025-01-31

# 서울 종로구에서 치킨집을 하던 김 모 씨는 지난해 10월 폐업 후 배달 라이더 일을 시작했다. 경기 악화로 장사가 부진해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지경이 되자 가게 문을 닫고 치킨 배달을 맡기던 배달의민족에 라이더로 등록해 생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오토바이를 새로 사는 대신 원래 타던 승용차로 배달을 하고 있다”며 “매달 내던 임대료 부담이 없어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사장님’에서 ‘라이더’로 전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1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배민커넥트’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41만 9486명을 기록했다. 배민커넥트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연계된 서비스로 라이더의 음식배달 업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배민커넥트 MAU가 40만 명을 넘은 것은 모바일인덱스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배달 서비스가 호황이던 팬데믹 때도 2022년 3월의 33만 명이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배민커넥트 MAU는 지난해 1월(28만 2443명) 이후 꾸준히 늘면서 12월에는 1월 대비 약 50% 증가했다.

반면 음식을 배달 라이더게 맡기는 요식업주는 줄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점주들이 사용하는 ‘배민사장님’ 앱 MAU는 지난해 12월 30만 291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배민사장님 이용자가 33만 4859명이었는데 계속 줄면서 12월에는 1월 대비 약 10% 감소했다. 국내 음식배달 시장에서 배달 앱 선두 주자인 배달의민족 이용은 필수다. 배민사장님 앱 MAU는 2021년 이후 한 번도 30만 명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는데 30만 명 선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배민사장님 이용 점주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폐업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폐업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라이더 일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배민커넥트는 오토바이는 물론 자동차로 배달할 수 있고 도보도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 특히 개인 사업을 하는 점주들 가운데 자영업을 하면서 틈새 시간에 라이더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불황이 심해지자 사업을 접고 라이더로 전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최 모 씨는 “과거에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 일이 없을 때만 라이더 일을 했는데 지금은 부동산 중개사무소 문을 아예 닫았다”며 “식당을 하던 경우가 아니어도 라이더로 전업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수 증가는 배달의민족과 함께 국내 음식배달 시장을 양분하는 쿠팡이츠에서도 나타났다. 쿠팡이츠 라이더 앱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의 지난해 12월 MAU는 연초 대비 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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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숫자가 크게 증가한 데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 여파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배민커넥트 MAU는 지난해 11월 36만 9804명이었는데 한 달 만인 12월에는 41만 9486명으로 13.4%(4만 9682명) 급증했다. 당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자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 중 일부가 당장 부업으로 할 수 있는 배달 라이더로 등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폐업자 수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합친 전체 폐업자 수는 2023년 98만 6000명을 기록했다. 이 중 음식업종 폐업자는 2023년 기준 15만 8328명으로 전 업종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특히 업종별 폐업률을 살펴보면 음식업이 16.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음식점 100곳 중 16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경총은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한 경쟁 심화가 음식업의 높은 폐업률로 이어졌다며 관련 업종 점주의 37%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소득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폐업자 수는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라이더 공급이 늘면서 이들의 수익 역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업체들은 배달 수요와 공급에 맞춰 건당 서비스 지급료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앱에 등록해놓고 부업으로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증가한 것 같다”며 “악천후에 라이더 숫자가 줄면 배달비가 오르는 것과 반대로 배달 콜을 잡으려는 라이더가 늘면 배달비는 내려가는 만큼 라이더들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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