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휘성(43·본명 최휘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구체적인 사망 경위 파악에 나선 가운데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과 교수는 국내 약물중독 재활 치료센터 확충 등 관련 예산 증액을 거듭 촉구했다.
나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씨의 사망을 언급하며 "고인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황은 아니나, 약물 과복용은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연구 분야라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년째 중독 재활시설에 더 많은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쳐왔는데(심지어 식약처장님께도 말씀드렸다) 이루어지지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변화가 생길까"라고 했다. 이어 "이제 이런 비극은 그만 접하고 싶다"며 "한국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얼마나 클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11일 같은 공간에 "중독의 끝은 죽음이 아니다"라며 "약물·알코올 중독은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중독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저는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행복을 되찾은 환자들을 매일 만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특히 한국은 펜타닐처럼 치명적인 마약이 유행하는 미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문제는 중독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재활시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처벌 일변도의 마약 정책으로는 이미 일상 속에 스며든 마약 문제를 막을 수 없다"며 "처벌과 치료, 재활이 함께 가야 유의미한 변화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전날 오후 6시 29분쯤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발견 당시 그의 주변에는 주사기가 놓여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이나 타살 정황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최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국과수는 12일 최씨의 시신을 부검해 약물 투약 여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씨는 2020년 수면 마취제를 투약했다 쓰러져 경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았다.
한편 나 교수는 지난달 배우 김새론이 25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자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 온갖 악플에 시달리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며 "잘못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