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 거주하는 두 살배기 아이가 헤르페스균에 감염돼 한쪽 눈의 시력을 상실한 사연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메트로에 따르면, 나미비아 출신의 미셸 사이만(36)은 지난해 8월 당시 16개월된 아들 주완의 왼쪽 눈이 충혈된 것은 발견했다.
가벼운 결막염이라고 생각했던 엄마 사이만은 항생제 점안액을 아이의 눈에 넣어줬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가 “단순포진 바이러스(HSV)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랐다.
전염성이 높은 HSV는 입술에 구순 포진이나 생식기에 음부 포진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다. 흔히 '헤르페스'로 불린다.
사이만은 “의사는 내 아이의 각막에 열성 수포(fever blister; 구순포진)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난 순간 4월 1일인줄 알았다. 만우절 농담인 것만 같았다”면서 “구순포진은 입 안에 생기는 거 아니었나. 평생 누군가의 각막에 열성 수포가 생긴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은 '아마도 입 안에 화성 헤르페스 구순포진이 있는 사람이 아이의 눈이나 눈 주위에 뽀뽀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의사들은 몇 주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각막에 발생한 물집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뉴욕의 전문의와 상의한 끝에 치료약을 찾아 상태가 호전됐다.
사이만 부부는 아들 주완의 발생한 감염이 뇌 또는 반대쪽 눈까지 퍼질까 우려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다른 곳에 번지지는 않았다. 다만 약이 효과를 보인 뒤에는 이미 시력을 모두 상실한 상태였다.
사이만은 “(치료가 끝나갈 때쯤엔) 이미 헤르페스가 각막에 너무 많은 손상을 입힌 상태였다. 사실상 주완의 한 쪽 눈은 감각을 모두 잃었고,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실명했다. 뇌가 이미 더 이상 그 눈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눈에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는 눈을 보호하던 젤이 증발해 눈이 메말랐다”며 “윤활유(각막 바깥쪽의 눈물층)가 부족해지면서 눈이 녹기 시작했고, 아이의 눈에는 4mm의 구멍이 생겼다”고 전했다. 눈에 천공이 생기면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현재 주완은 양막 이식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가족은 내달 남아프리카로 돌아가 다리의 신경을 눈으로 이식하는 대규모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이 수술을 통해 신경을 되살리면 내년 안으로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만은 “주완은 정말 강인한 아이고, 항상 미소를 띠고 있지만 심한 고통을 겪었다”며 “우리 부부는 헤르페스 균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뽀뽀로 아이의 눈에 전염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그는 “키스는 사랑에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아이를 해할 의도로 그런 짓은 하지는 않았단 걸 안다. 하지만 아이가 겪기엔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보균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