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니스 홍 박사 “최고 아웃풋은 학생, 미래의 슈퍼 히어로들”

2024-10-24

한국계 공학자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를 한 명 꼽으라면 데니스 홍 박사(=사진)를 빼놓을 수 없다. ‘젊은 천재 과학자’ ‘로봇의 신’ 등의 수식어가 붙은 그는 최근까지도 계속해 로봇 영역에서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로봇 축구대회 ‘로보컵 2024’에서 작년 우승팀인 독일을 꺾고 홍 박사 연구팀의 아르테미스가 우승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3일부터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FIX 2024 현장에서 데니스 홍 박사를 만났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이 학교 로멜라 연구소장으로 재임 중이기도 하다. 로멜라 연구소 전시부스에서 만난 그는 아르테미스를 일컬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로봇”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연구소의 최대 성과는 로봇보다도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해내는 ‘슈퍼 히어로’가 될 학생들”이라고 강조했다.

데니스 홍 박사에게 아르테미스가 세계 최고의 이족 보행 로봇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가 보는 국내 로봇·자율주행 기술 산업의 현재는 어떤지, 그 의견도 들었다. 다음은 데니스 홍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로멜라의 핵심 기술은 무엇이고, 그 수준은 어디까지 올라왔다고 보나?

한 분야만 깊이 파는 보통의 연구소와 달리 로멜라는 많은 걸 한다. 무인 자동차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로 많은데, 여기 FIX 2024에 가지고 나온 로봇은 새로운 이동 방법, 모빌리티를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로봇이 어떤 일을 하려면 일하기 위한 곳까지 가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평평한 바닥에서는 바퀴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계단이 있거나 험난한 지역에서는 바퀴로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로멜라가 가지고 온 것들은 두 다리로 움직이는 인간형 로봇(아르테미스)이다. 전세계 최고의 이족 보행 로봇 기술이다.

무엇을 근거로 최고라고 할 수 있나?

일단 가장 안정적이다. 다시 말해서, 이 로봇을 가져다가 자갈밭, 잔디밭, 아스팔트에 내놓아도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동작한다. (사람이) 밀어도, 절대로 안 넘어진다. 전기로 움직이는 로봇 중에 그런 로봇은 없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걷는 로봇이기도 하다. 2.1m/s(1초당 2.1미터를 걷는다는 뜻)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많은 로봇 회사들이 이족 보행 로봇을 성공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로멜라는 이 한계를 어떤 기술로 개선했나?

여러가지가 있다. 몇 가지 방법 중 하나는, 로봇이 기계적으로는 움직일 때 쓰는 구동 장치, 사람으로 치면 근육인데, 로봇은 보통 모터를 쓴다. 사실, 대부분의 로봇 99.99%는 ‘서보 모터’라는 걸 쓴다. 전기 모터에 기어가 달려서 위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이때, 서보 모터가 달린 로봇이 움직이는 방식을 데니스 홍 박사가 흉내를 냈는데, ‘윙 치키’ 소리가 날 것 같은, 로봇의 관절이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래서, 로봇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려면 근육을 쓰는 것 같은 로봇이 필요하다. 탄성, 힘을 조절하는 새로운 구동 장치를 만든 이유다. 인공 근육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래서 로봇이 막 뛰어다닐 수 있다. 구동 장치에 새로운 혁신이 있었고, 제어하는 방식도 MPC(Model Predictive Control)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전시에 다른 로봇 회사들도 많이 나왔다. 국내 로봇 기술 기업들을 많이 봤을텐데,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보나?

로봇 분야가 워낙 넓기 때문에 분야마다 다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말한다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가 카이스트의 휴보가 대단했었는데, 그 이후로 싹 없어져 버렸다.

(휴보를 만들었던 연구진이 있는 레인보우로보틱스도) 협동로봇으로 가지 않았나

협동로봇 쪽은 굉장히 잘한다. 로봇 팔 같은 걸 만드는 건 잘하는데, 휴머노이드 쪽은 그렇지 못하다. 휴보를 만들었을 때 계속 밀어붙였으면 잘 할 뻔 했는데, 그냥 끊어지고 말고 싹 사라져 버렸다.

자율주행 기술도 국내 기업들이 지속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실외 말고 실내는 우리나라가 잘 한다.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로봇을 우리나라처럼 많이 사용하는 데가 없지 않나. 하지만, 야외에서 하는 자율주행은 좀 다르다. 우리나라 야외 자율주행자동차는 회사들 말고, 학생들. 정말 똑똑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쪽에서 미래가 굉장히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로봇이나 자율주행 기술이 잘 되려면 어느 부분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자율주행 기술이 쉽지 않다. 시뮬레이션이나 이론 상으로는 할 수 없다. 진짜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길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돌리는 게 쉽지 않다. 여러가지 규제도 있고, 위험성도 있다. 자율주행 쪽으로는 정말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한 여러 지원과 인프라가 있는 게 중요하다.

로봇에 대한 교수님의 철학, 로봇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로봇은 간단하다. 사람이 하기 싫은 일, 혹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는 지능적인 기계, 이게 로봇이다. 로봇은 결국 도구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사람들의 일을 해주는 기계들, 그것이 결국 로봇이고 그게 우리 연구소 로멜라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로멜라는 앞으로 어떤 곳이 될 것이다, 하는 비전을 말해달라

로멜라는 회사는 아니고, UCLA 대학에 있는 연구소다. 우리가 개발하는 기술들은 파는 것도, 돈을 벌기 위한 것도 아니다. 우리 연구소의 가장 자랑스러운 아웃풋은 우리가 만든 로봇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편찬한 논문도 아니다. 우리의 가장 자랑스러운 아웃풋은 우리 학생들이다. 정말로 훌륭한 엔지니어가 되어 졸업해 나가서 이 사회를 이끌, 사회 문제를 해결해내는 ‘슈퍼 히어로’를 만드는 게 우리 연구소 로멜라가 하는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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