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투어 떠나는 집사+스탠드업 코미디언 송하빈 “고양이의 은혜, 이사한 큰집 명의도 주고 싶었어요”

2025-03-31

큰 키로 온갖 슛을 다 막아내겠다던 골키퍼의 꿈을 꾸던 한 소년은 지금 마이크 한 자루를 쥐고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지루함을 다 막아내고 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유튜브에서 고양이 집사로 ‘춘봉이’와 ‘첨지’ 두 마리와 함께 하는 인기 크리에이터다. 꿈은 명사가 아닌, 실천하고 이루는 동사다. 바로 데뷔 후 첫 스탠드업 코미디 전국 투어를 나서는 코미디언 송하빈의 이야기다.

송하빈은 오는 5월 대전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서울을 잇는 스탠드업 코미디쇼 ‘파이팅’을 연다. 2017년부터 8년 동안을 마이크 하나로 좌중을 쥐락펴락했던 내공이 잘 정제된 한 편의 쇼로 가공될 예정이다. 게다가 그는 최근 들어 얻은 고양이 집사 타이틀과 걸맞게 ‘애묘인’들이 즐길만한 조크도 가득 준비해 공연을 대비하고 있다.

“대니초 형님과 김동하 형님에 이어 전국 투어를 다니는 세 번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됐습니다. 서울 공연은 300석 규모인데 3분만에 매진됐다고 합니다. 300~500석 규모로 치를 예정입니다. 공연 제목인 ‘파이팅’은 제가 다른 분들과 달리 무대에서 에너지와 ‘파이팅’ 그리고 많은 연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오신 분들 힘을 받으시라고 그렇게 정했습니다.”

2020년 들어 각종 숏폼 콘텐츠의 유행과 함께 코미디의 대세로 떠오른 ‘스탠드업 코미디’는 마이크 하나로 아티스트가 조크를 하면서 관객과 호흡하는 장르다. 말이 주가 되는 만큼 소재에도 성역이 없고, 수위에도 한계가 없다. 그는 그래도 여러 자아(?)가 있다 보니 1부는 유튜브 ‘언더월드’의 고양이를 소재로 한 ‘전체관람가’, 2부는 코미디언 송하빈의 관찰과 포착이 들어간 수위 높은 코미디가 포함된다.

“8년 만에 제 공연으로 투어를 다닐 수 있게 된 게 빠른 것 아닌가 싶었죠. 사실 본토인 미국에서도 몇십 년 만에 투어를 하는 분들도 있거든요. 지난해 연말 송년회 때 대니초, 김동하 형님이 ‘내년에는 하빈이 네가 투어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이뤄져서 기뻐요. 제 아내와 고양이들, 회사분들과 저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송하빈의 또 다른 자아는 유튜브 코미디 채널 ‘언더월드’의 조연이다. 아내와 함께 꾸린 채널은 지난해 개설 후 약 10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을 넘어섰다. 원래는 시작 당시 코미디 분야에서 유행하던 ‘커플 유튜버’ 채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고양이들과 발로 놀아주는 영상이 숏폼에서 반응이 있는 걸 보고 그의 아내가 ‘고양이 채널’로의 피벗(Pivot·전략을 빠르게 바꾸는 일)을 제안했다.

“저는 원래 분장도 하고 그런 채널을 생각했거든요. 고양이 역시도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9년 전 와이프의 친구 집에 있던 친구들인데 돌봄을 받지 못해서 힘들어하던 친구들이었어요. 잘못 크는 아이들이라 데려왔는데 결국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지금은 고양이들 덕분에 하루에 하나씩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습니다.”

고양이들과의 상황극, 브이로그, 분장쇼 등 하고 싶은 걸 다 하다 보니 어느새 큰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신혼집이 이달 계약이 만료였는데 예상보다 큰 수익에 큰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감사한 마음에 고양이들도 명의에 올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아이디어를 내며 채널을 주도하는 아내와 주연인 고양이들에 그는 그저 조연으로 따라가는 중이라고 했다.

“대학교까지 축구를 했어요. 골키퍼였는데, 생각보다 늘지 않아 그만뒀고요.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 남을 웃기는 일이 재밌어 개그맨을 꿈꿨어요. 그 예행연습으로 용인민속촌 배우 아르바이트를 했고 거기서 와이프도 만났죠. 스탠드업 코미디는 유병재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보고 알게 됐어요. 메타코미디가 늘 열린 오디션 기회가 있어서 그렇게 합류해 시작하게 됐죠.”

처음 직접 모객을 하고, 술을 마시고 보는 특성상 모욕을 당하는 날도 있었지만 늘 웃으며 버텨냈다. 지금은 고양이 춘봉이, 첨지 덕분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행복한 나날의 연속이다. 그래도 그처럼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시기를 거쳐야 한다. 송하빈은 힘든 시기를 동료들 그리고 가족들을 통해 버텨냈다고 자부한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그리고 집사, 두 자아를 조화롭게 잘 섞는 게 목표에요. 지금 ‘뭉쳐야 찬다 4’에도 새롭게 합류하고 유튜브에서 ‘이웃집 남편들’이라고 토크쇼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코미디, 유튜브, 방송 등을 모두 잘하면서 온오프 코미디를 모두 잘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습니다.”

송하빈은 예전 코미디언의 증표라던 그 흔한 ‘공채 합격증’ 없이도 이제 씬을 주도하는 코미디언이 됐다. 하루에 하나씩 늘 콘텐츠를 올리는 부지런함처럼, 그의 꿈은 ‘동사’다. 그의 꿈은 가장으로서 코미디언으로서 집사로서, ‘파이팅’하며 나아가는 데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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