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긴장 속 취임한 이찬진, 개혁의 첫 칼날은 어디로

2025-08-18

이재명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찬진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 금융권은 개혁 성향이 강한 변호사 출신 원장의 등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임 이복현 원장이 금융권 개혁의 성과 없이 퇴임한 뒤라, 이번에는 고질적 적폐로 불리는 은행권의 모럴해저드와 전관예우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기업은 주주가치를 중심으로 공정한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며 “주가조작이나 독점적 지위 남용 등 공정을 해치는 행위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활동하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강조해온 이력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으로 재직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주주대표소송 확대에도 기여한 바 있다.

개혁의 첫 시험대는 우리금융그룹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년간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횡령사고를 기록했고, 손태승 전 회장 시절부터 친인척에 대한 수백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손 전 회장의 처남이 연루된 사건만 730억 원 규모에 달하며, 이 중 상당액은 회수조차 불가능하다. 지난해에만 595억 원의 횡령이 터져 “비리은행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금융권에서는 “회장부터 도덕성을 저버리니 조직 전체가 썩어들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감독기관의 제재는 번번이 미흡했고, 전임 금감원장 역시 문제 제기만 했을 뿐 실질적 개선을 이끌지 못했다.

문제의 뿌리는 은행과 감독기관 사이의 전관예우 구조다. 우리금융은 금감원·국세청·경찰청 등 전직 공무원들을 대거 영입해왔고, 이들은 사실상 금융사 비호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말까지 임종룡 회장이 데려온 전직 관료만 7명에 이른다. 시민사회는 이를 “먹이사슬”이라 부르며 강하게 비판한다.

우리은행이 통일교와 맺어온 특수관계 역시 도덕적 해이 논란의 한 축이다. 전국 은행 중 유일하게 통일교 천원궁 일대에 우리은행 지점이 설치돼 있으며, 그 배경과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통일교와의 관계가 거론돼온 만큼 금융과 종교, 정치권의 얽힌 고리가 공적 신뢰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원장은 스스로를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라 소개했지만, 동시에 금융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과제는 명확하다. 은행권의 고질적 병폐를 낳아온 전관예우와 특수관계, 그리고 권력과 얽힌 불투명한 구조를 끊어내느냐의 문제다.

한 금융전문가는 “금융은 자본주의의 혈관인데, 혈관이 오염되면 사회 전체가 흔들린다”며 “도덕성과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전관예우와 특수관계 고리를 과감히 끊는 것만이 금융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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