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뒤집은 이유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들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운영했더라도 시장 내 경쟁을 제한할 분명한 의도를 가졌다거나, 실제 그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만한 증거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가 지난 22일 내린 ‘공정위의 2023년 2월 카카오모빌리티 과징금 271억원과 시정명령’ 취소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 판단의 핵심은 “공정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원고의 행위로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 제한 효과가 생길만한 우려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준사법기관인 공정위의 처분은 사실상 1심 법원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불복 소송은 곧바로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앞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독과점 지위를 확대·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자회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콜)을 몰아줄 수 있도록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알고리즘 조작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9년~2020년 사이 배차 시스템을 일부 수정해 ‘가맹택시 우선배차’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온 점은 재판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다만 법원은 이런 알고리즘이 “가맹기사에게 다소 유리할 수 있다 해도 그 정도가 현저하다거나, 차별 취급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와 비가맹택시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점, 우선 배차를 받는 가맹택시의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배차 알고리즘이 실제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해당 알고리즘을 도입한 후에도 여러 사업자들이 새로 택시가맹사업에 진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상 이점을 얻고 경쟁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사업상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만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행위로 인해 경쟁 사업자가 경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거나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실질적으로 차단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이 메신저로 “가맹 기사에게 우선 배차하는 것이 알려지면 공정위에 걸린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났던 점도 ‘카카오모빌리티의 부당한 의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경쟁제한 효과가 객관적으로 나타났다고 입증되지 않은 이상 경쟁 제한의 의도나 목적은 추정되지 않는다”며 “임직원들 사이의 단편적 대화만으로 그러한 주관적 의도나 목적이 임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