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기사 경고 무시했다”…‘부천 호텔 화재’ 업주·소유주 등 4명 구속영장

2024-10-08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는 부실한 시설물 관리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8일 오후 이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호텔 소유주 A씨와 운영자 B·C씨, 매니저 D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8월 22일 오후 7시37분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시설물 관리 등에 소홀히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불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등 총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는 810호 에어컨 실내기 전선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소유주 A씨는 2018년 5월쯤 객실 에어컨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공사의 난이도와 영업지장 등을 우려해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의 에어컨 실내·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했다. 그 과정에서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했다.

전기설비기술기준에 따르면 에어컨 전선은 통선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불가피하게 두 전선을 연결할 경우에는 연결 부위에 슬리브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체 공사 이후 에어컨 A/S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호텔 관계자들은 배선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했다. 경찰은 총 63개 객실 중 15개 객실에서 육안상으로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한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이후 대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불이 시작되면서 화재경보기가 작동됐으나 매니저 D씨는 화재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경보기 작동을 정지시켰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후 D씨는 8층으로 올라가 810호 객실 내 화재를 목격한 후, 1층으로 다시 내려와 화재경보기를 재작동 시켰다.

최초 화재 경보 이후 경보기가 재작동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총 2분24초였다. 만약 경보기 작동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발생한 호실(802·807·902호) 투숙객 5명은 대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화재 안전 시설의 부실도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각 객실문은 갑종 방화문(60분 이상 화염을 버틸 수 있는 방화문)으로 돼 있었으나, 방화문에는 도어클로져(문이 자동으로 닫힐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화재 당시 810호의 열린 객실 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복도로 급속히 확산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도면상에는 도어클로저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설치가 돼 있지 않았다.

이밖에 해당 호텔은 환기 등을 이유로 복도에서 연결되는 지하 주차장 방향 비상구의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뒀다. 또 객실에 간이완강기가 있어야 함에도 일부만 비치하거나 층고보다 짧은 로프를 비치하는 등 관리를 소홀했다. 실제로 부상자 중 한명은 완강기를 이용한 탈출을 시도하려 했지만 비치돼 있지 않아 이를 포기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투숙객 중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한 일과 관련해서는 소방당국에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화재 당시 807호에 투숙했던 2명은 복도의 화염이 객실 내로 번져 탈출할 길이 없게 되자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 하지만 먼저 뛰어내린 사람이 가장자리에 떨어지며 매트가 뒤집혔다. 이후 떨어진 나머지 1명은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이들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에어매트를 설치한 지점인 807호 바로 아래는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약 7도의 경사가 있고, 일부 굴곡이 있어 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밝혔다.

또 에어매트 설치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이 없었으며, 설치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소방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부적합한 전기 배선 시공 및 방치, 방화문 등 소방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 안전교육 미흡에 따른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더해져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며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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