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08.1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분단으로 인해 지속된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제 치하에서 해방의 빛을 찾게 한 선열들의 희생을 기리는 한편 뜻하지 않은 분단의 현실을 지적하고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적기라고 봤다. 또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미래'에 방점을 찍었고 글로벌 격변기,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해 120년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08.1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 대통령은 "80년 전 오늘, 우리는 빼앗겼던 빛을 되찾았다"며 "삼천리 방방곡곡을 감격으로 환하게 밝힌 그 빛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해방에 대한 불굴의 의지, 주권회복의 강렬한 열망으로 스스로를 불사른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낸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니다"라며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정하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지난 80년 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성취를 이뤘다"며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우뚝 섰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독립투사들과 애국선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취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음수사원', 물을 마실 때 그 물의 기원을 생각한다는 말처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것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응당한 일"이라며 "자랑스러운 항일 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 독립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생존 애국지사분들께 각별한 예우를 다하고 독립유공자 유족의 보상 범위도 더 넓히겠다"며 해외 독립유공자 유해봉환을 적극 추진하고 미서훈 독립유공자들을 찾아내 모두가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우리의 굴곡직 역사는 '빛의 혁명'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이었다"며 "3.1혁명의 위대한 정신이 임시정부로 이어지고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으로 민주화의 빛을 환하게 밝혔고 세계사에 없는 두 번의 무혈 평화혁명으로 이 땅이 국민주권이 살아있는 민주공화국임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을 일찍이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이 오색 찬란한 응원봉 불빛으로 빛나는 감격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08.1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 대통령은 "우리 선조들을 고난 속에서도 부강한 나라,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분단은 이 간절한 염원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다"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민을 편 가르며 국론을 분열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허야 한다"며 "증오와 혐오, 대립과 대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고 국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얻은 뼈저린 교훈"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정치가 사익이 아닌 공익 추구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끝낼 때 우리 안에 자리 잡은 갈등과 혐오의 장벽도 사라질 것"이라며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제안하고 촉구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분단으로 인해 지속된 남북 대결은 우리 삶을 위협하고, 경제발전을 제약하고 나라의 미래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낡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라며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이며 경제 발전의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라며 "국민주권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긴 이 정신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남북 간 합의를 관통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바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남북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류 협력 기반 회복과 공동성장 여건 마련에 나서겠다"며 "광복 80주년인 올해가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함께 열어갈 적기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로운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이며 주변국과 우호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한반도"라며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과제이나 남북,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이은숙 선생의 외손자 김종민 씨에게 건국훈장 애족장 훈장증을 전달하고 있다. 2025.08.15.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이날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 동시에 우리는 독립지사들의 꿈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헤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며 "신뢰가 두터울수록 협력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격변기에 국민 저력을 다시 발휘하자고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은 하나의 파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또 다른 파도가 시시각각 밀려올 것"이라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치이다 마침내 국권을 빼앗겼던 120년 전 을사년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2025년 을사년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인공지능 등 첨단과학 기술을 육성해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여 미래를 앞장서 열어가야 한다. 우리의 문화도 더욱 갈고 닦아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며 "위대한 우리 국민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다면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걸어온 것처럼 우리가 나아갈 길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 국민주권의 빛이 꺼지지 않는 나라로 함께 가자"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대통령의 초대’ 행사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