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의 꽃’이라 불리는 기획재정부가 지원자 부족으로 수습사무관 지원자가 부족해 다른 부처 지원자를 끌어오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한때 재경직 수석은 물론 행정고시 상위권 합격자들이 몰렸던 기재부의 위상 추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로서의 소명의식은 살인적인 업무강도와 그에 걸맞지 않은 박봉에 뒷전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공직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수많은 인재들이 앞다퉈 몰리던 관가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푸념이 커지고 있다.
22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최근 기재부에 배치된 24명의 수습 사무관중 5명은 애초에 기재부를 희망부서로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 중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던 기재부가 정원을 채우는데도 실패한 것이다.
수습 사무관들의 기재부 기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사무관은 “기재부는 사람을 ‘갈아넣는다’ 싶을 정도로 근무강도는 높은 편이면서도 보상은 그에 상응한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부처보다 인사적체가 심한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대학때 함께 다니던 친구들이 사기업에서 성과와 업무에 걸맞은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 허탈한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최근 수습 사무관들에게 ‘공무원 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받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고 농담을 던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보상체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MZ세대 인재들이 세종관가에서 겪는 고충은 비단 기재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국정감사 시즌때는 업무 강도가 극에 달하는데, 감사 당일 자정이 넘어 자료 요구를 하는 의원실이 많은데다 소위 ‘대기종료’ 1분 전에 던지다시피 자료를 만들어내라는 일도 있다”며 “주말은 물론 잘 시간도 아껴가며 준비했는데 ‘자료미비’라고 지적을 당하면 허탈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4급 이상부터는 초과수당도 없는 공무원들이 언제까지 사명감을 원동력 삼아 국가에 충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사무관들의 ‘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기재부는 올해에만 사무관 6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들은 사기업이나 법학전문대학원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사무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시험인 리트(LEET) 고사장에선 아는 얼굴들이 자주 보여 연수원 동기회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여기에 휴직 등을 신청한 인원까지 더하다보니 일선 부서에선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수습 사무관이 들어와도 교육을 시킬 인력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한 기재부 과장은 “수습들을 교육하기 위해선 허리급 인력이 필요한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데다 휴직 인원도 늘어날 예정이라 골치가 아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