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첫 삽을 뜨는 개척자로, 후발주자들에게 길을 터주는 첫 번째 도전자를 일컫는 표현이다. 용기가 돋보이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기존에 없던 영역을 개척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을 기회를 얻지만, 실패할 경우 후발주자의 교훈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퍼스트 펭귄은 종종 오해를 받으며, 자신의 선택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에잇퍼센트는 금융권의 퍼스트 펭귄으로 평가 받았다. 10년 전 국내 1호 중금리 전문 플랫폼으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도 그랬고, 또 한번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도약하려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에잇퍼센트는 2014년 11월 국내 최초의 중금리 대출 기준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효진 대표는 은행원 시절 경험한 대출 시장의 불합리한 점을 해결하고자 창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대출 한도를 받지 못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고객들을 보며 중금리 대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이에 영세 대출자에게는 부채 부담을 줄일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변동성이 낮은 중수익 투자처를 제공하고자 했다. 에잇퍼센트라는 서비스명도 중금리 대출 혹은 중수익 투자처로 떠올리기 쉽도록 지었다는 후문이다.
사업 초기에는 금융 당국으로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라는 이유로 서비스 한 달 만에 사이트 폐쇄를 당하는 등의 우여곡절도 겪었다. 이후 금융당국 및 유관 부서와의 협의를 거쳐 사업구조를 정비하고, 국내 최초로 중금리 신용대출을 위한 플랫폼을 선보였다. 2014년 12월 중금리 영역에서 특화된 개인신용대출 상품 출시, 이듬해 5월에는 첫 담보대출 투자처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이후 친환경 녹색성장을 돕는 태양광 에너지 기업 투자, 스타트업 투자 상품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또 국회의원, 걸그룹 멤버 등 이색 직업군에 대한 투자 상품을 완판시키는 등 대출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에잇퍼센트는 중금리대출에 주력해 4만7000건의 대출과 1971만건의 투자를 통해 8780억원을 연결했다.
에잇퍼센트는 국내에 생소했던 P2P 금융을 들여오며, 새로운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글로벌 핀테크 동향을 반영하고, 국내 관련 제도를 적절히 적용해 P2P 금융의 확산을 도모했으며, 장기적 성장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도 앞장서 왔다.
이 대표는 "어떤 분야에서건 '국내1호, 국내최초'라는 타이틀 뒤에는 숙명과 같은 책임과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에잇퍼센트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성취 뒤에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개척자로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퍼스트 펭귄으로서 숙명이다"고 말했다.
에잇퍼센트는 '넥스트 10년'을 위해 두 번째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저축은행 인수다. 이를 통해 중금리 대출 공급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저축은행 수신 기능을 통해 조달 비용을 낮추고, 온투업을 영위하며 쌓아둔 기술력을 접목하면 더 많은 중금리 대출 공급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정부 보증 상품, 예금담보대출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원앱으로 온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온투업 대출 + 저축은행 대출간 연계영업 ▲온투업 투자 + 저축은행 예금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할 수 있다. 에잇퍼센트는 10년간 쌓은 리스크관리 역량과 기술 역량으로 저축은행 업에 진출하는 것은 시장 전반에 쇄신, 혁신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 대표는 "에잇퍼센트는 기술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그 길을 증명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핀테크 회사"라며 "단순한 기술이 우수한 것을 떠나 '이런 고객들의 가능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최적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등 현재의 금융 시장 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서 증명해 나가는 것이 에잇퍼센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잇퍼센트가 잘 증명해내면 시장과 사회가 뒤따를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10년도 고객의 가능성을 증명해낼 수 있도록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