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제대로 했나요?’ 토크쇼 여제(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에 나온 출연자들이 인터뷰가 끝나면 가장 많이 물어 오는 질문이었다. 부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도 그랬고, 완벽함으로 소문난 가수 비욘세도 그랬다. 오프라는 1986년부터 그의 이름을 내걸고 25년간 5000회의 토크쇼를 진행했고, 인터뷰에 응한 이는 3만5000명에 이른다. 2013년 하버드대 졸업 축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쇼는 주간 4600만이 넘는 시청자를 기록하며 21년간 시청률 1위를 유지했다. 140여 개가 넘는 나라에서 시청했으니 범지구적 프로그램이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그의 재능과 인터뷰 대상자들의 열의와 성실성이 대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유명인들도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파행·욕설 난무 역대 최악 국감
NGO 모니터단도 F학점 평가
의원들은 자성의 질문 던져야

‘내가 제대로 잘하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있을까. 무자비한 당리당략과 특정인을 위한 입법을 둘러싼 저질 말싸움 전쟁터가 된 국회를 떠올리면 있을 것 같지 않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법률소비자연맹, 전국 대학생, 각계 전문가 1000명으로 구성된 전국 시민단체연대)이 지난달 13일 시작한 국정감사에 대한 중간평가(13~23일)에서 내린 F 학점이 그 이유를 증언한다. “헌법 어디에도 없는 퇴장을 일상화”한 무소불위 권한 남용 행태와 의원들의 불성실한 국정 준비와 질의가 정쟁성 국감을 불러오고 “역대 최악의 권력분립 파괴 저질 국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법제사법위(위원장 추미애)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위원장 최민희)를 거론했다. 두 위원장은 주로 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경고·중단·퇴장 조치를 일삼았다. 법사위원장은 속개 시간을 정하지도 않은 채 회의 파행을 지속하고, 과방위원장은 특정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MBC 보도본부장을 추방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 국감 현장에서 두 위원장의 마이크 점유 시간이 다른 의원에 비해 3배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14개 상임위에 호출된 474개 피감기관 중에서 38%인 무려 180개 기관은 어떤 질의도 받지 않은 채 금쪽같은 시간을 공쳤다.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법사위 여당 의원들의 융단 폭격 속에서 한 무소속 의원(최혁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머리와 대법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라는 사진을 들고 진짜 도요토미처럼 국감을 분탕질했다. 며칠 뒤 야당 의원(주진우)이 발언할 때는 바로 곁에서 비언어 공격인 ‘빤히 응시하기’ 행위로 방해했다. 야당 의원의 항의에 “경청하고 있지”라고 조롱하는 최 의원의 모습을 한 여당 의원은 즐거이 웃으며 촬영하는 포즈를 취했다.
‘입법부의 감시로 국정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으로 규정된 국정감사가 막말 고성으로 무용론의 수모를 겪는 게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국감처럼 노골적인 희화화·혐오·무책임·뻔뻔함·욕설 폭력으로 참을 수 없이 천박해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회와 상임위의 공공 담론이 말의 폭력에 주눅 들고, 시시껄렁한 잡설로 변질되고, 자기편 감싸기로 추락하고, 극단적인 집단의 쇼츠 동영상 제작용으로 탈바꿈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드는 국정의 진실과 시시비비는 캄캄한 어둠에 묻히고 만다. 더욱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서 입증하지 못하는 거짓 주장들로 삼권분립과 나라를 뒤흔드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주장은 설득력을 획득할 수 없는 거짓이라는 것은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상식이다(『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박문재 옮김).
법사위와 과방위가 대변하는 이번 국감은 새삼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국회의 입법이 대화와 타협 대신 의석수가 정의라는 다수결 만능주의로 흐르면 토론다운 토론은 사라지고 대의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리게 된다는 거다. 어떤 이유로든 또 누구든 건강한 민주주의 공동체를 위한 논쟁과 합의의 기본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국회가 궤변·아첨·협잡·위선·내로남불·부정직·기회주의가 서식하는 특별한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 공동체의 모든 분야에 군림하는 특권과 특전을 누리는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국회는 말의 폭력 대신 예리하고 신뢰받는 로고스·파토스·에토스로 가득 찬 품격있는 언행으로 사실과 진실을 밝히고 여야 합의에 바탕한 건전한 입법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국회와 국회의원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부터 제대로 물어야겠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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