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닥친 ‘7500명 의대 수업’, 내년 대책부터 서둘러야

2024-10-02

서울대 의대가 7개월째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 800여명의 1학기 휴학계를 일괄 승인했다. 앞으로 집단 휴학을 승인하는 의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맹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며 휴학 불허 방침을 고수 중인 교육부는 서울대 의대를 즉각 감사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교육부가 정한 복귀 시한인 11월 중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고, 설령 돌아와도 올해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는 건 힘들어졌다.

정부의 ‘휴학·유급 불가’ 방침은 이를 승인 시 내년에 신규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않고, 증원된 신입생과 휴학·유급한 학생을 합해 약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교육부는 애초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으로 언급한 9월까지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자, 다시 11월로 연장했다. 11월까지만 돌아오면 수업을 오전·오후로 나눠 내년 2월까지 시수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발상은 산술적으로나 가능할 뿐, 의대들은 방대한 수업량과 임상실습을 감안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차라리 1학기 휴학을 승인해주고, 2학기부터 수업 일부라도 듣게 해서 내년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서울대 의대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

교육부는 속수무책이다. 서울대 의대에 강경대응만 예고할 뿐, 정작 집단휴학·유급 현실화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나 결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아직도 의대생 복귀만 촉구하면서, 시나리오별 대비책조차 준비해놓지 않았다니 기가 막힌다. 정부는 의학 교육·시설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내년 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 교육 과정이 한 해를 건너뛴 후유증은 크고 길 수밖에 없다.

의·정 간 이견으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과 의사인력추계위 구성이 다 겉돌고 있다. 의·정 갈등 7개월 만에 공공·지역 의사 공백은 3761명까지 50% 넘게 급증했다고 한다. 정부는 땜질식 임시방편만 되풀이하다 사태가 악화된 책임을 통감하고, 눈앞에 닥친 내년 교육대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플랜B’를 짜야 한다. 더 늦어지면, 의료 생태계가 무너지는 파국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협상을 통해 의료 현장·교육을 정상화하고, 실효적인 의사 증원·필수의료 논의 틀을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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