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 양광모 시인
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한여름 폭우 되어 너를 만나리
번쩍번쩍 손길에 번개가 이끌고
우르릉 우르릉 발길에 심장 울리며
그치지 않는 장마 되어 너를 찾으리
밤이고 낮이고 쉬임 없어서
잠깐은 멈췄으면 싶어도 질 때까지
사랑이란 가슴을 적시는 게 아니라
가슴이 잠겨버리는 것이다
사랑이란 또 한 가슴
잠겨버리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해설>
한여름에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사랑, 정말 뜨거운 사랑입니다.
“내가 사랑을 비처럼 해야 한다면/ 한여름 폭우 되어 너를 만나리”라고 했네요. 너를 찾는 것도 보슬비나 조용한 비가 아닌 “번쩍번쩍 손길에 번개가 이끌고/ 우르릉 우르릉 발길에 심장 울리며” 쏟아지고, 또 그치지 않는 장마가 되어서 찾는다고 했으니 뜨거운 사랑이 장마처럼 길게 이어집니다.
“잠깐은 멈췄으면 싶어도 질 때까지”라고 했지만, 누구도 그 사랑을 멈추려 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뜨겁고 기나긴 사랑은 모든 사람이 꿈꾸는 환상 같은 사랑일 테니까요.
그래서 시인은 사랑에 대해서 “가슴을 적시는 게 아니라/ 가슴이 잠겨버리는 것”이라고 단정합니다.
문득, 뜨거운 8월을 시원하게 적시는, 한 가슴 넉넉하게 잠겨버리는 소나기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집니다.

강민숙 <시인, 문학박사>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