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한인 초·중학생 10명 중 8명이 디지털 학습을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경우 대부분이 자녀가 디지털 학습을 받기 희망했다. 반면, 디지털 학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요구가 높지만 에듀테크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현재 주로 이용 중인 디지털 학습은 상당수가 영어나 한국어 등 언어 학습 앱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호치민IT지원센터와 이티에듀, 에듀플러스는 지난 24일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서 열린 제11회 소프트웨어사고력올림피아드 참가한 베트남 거주 한인 학생 228명, 학부모 33명 대상으로 베트남 호찌민의 디지털교육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한국 기업의 베트남 에듀테크 시장 진출 관련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다수의 에듀테크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거나 준비 중이지만, 실제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한 시장 자료는 부족하다. 특히 호찌민시는 10만명 가까운 한인이 거주해 한인 사회 규모가 큰 편이다.
디지털 학습에 대한 이용 의향을 물어본 질문에 대해 초등학생은 72.5%가 '매우 이용하고 싶다' '이용할 의향이 있다' '상황에 따라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별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 '전혀 이용하지 않겠다'라고 답한 비율은 27.5%다. 중학생은 93.8%의 학생이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중학생으로 갈수록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도 93%가 '디지털 교육을 자녀에게 받게 해 줄 의향이 있다'고 표기했다.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요구는 높지만 에듀테크 개념에 대해서는 낯선 학생이 많았다. 에듀테크라는 말을 '처음 듣는다'고 응답한 초등학생이 62.6%, 중학생이 62.9%로 나타났다. 반면 '매우 잘 알고 있다' '대략 알고 있다'라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 9.1%, 중학생 11.4%에 불과했다. '들어본 적은 있다'라고 답한 학생은 초등학생 28.2%, 중학생 25.8%다. 학부모의 경우, '에듀테크를 알고 있다'는 이들이 24.3%로 학생들보다 높게 나왔지만, '처음 듣는다'는 비율도 42.4%로 조사됐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호찌민 현지 학생과 학부모가 에듀테크 서비스를 다양하게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민들의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요구는 높지만, 에듀테크에 관한 정보를 현지에서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에듀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호찌민 한인사회에서 국내 다양한 디지털 교육이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현지에서도 디지털 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그러나 에듀테크를 접할 기회가 적어 이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디지털 교육을 위해 집행할 수 있는 비용으로 월평균 5만~10만원(45.5%)을 가장 적합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5만원 미만(39.4%), 10만~20만원(12.1%), 20만원 이상(3.0%) 순으로 나타났다. 아직 에듀테크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디지털교육 비용을 집행하는 데는 다수 보수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까지는 에듀테크 서비스에 대해 많은 비용을 집행할 의향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는 영어·한국어 등 언어 학습앱, 온라인 수업 플랫폼, 게임형 학습 앱 등이다.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은 언어 학습앱(55%), 게임형 학습앱(32%), 온라인 수업 플랫폼(22.1%)이다. 중학생은 온라인 수업 플랫폼(61.9%), 게임형 학습 앱(51.5%), 언어학습 앱(48.5%) 등으로 나타났다.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는 디지털 교육 서비스는 듀오링고 등 앱을 다운로드 받아 활용하는 것이 다수다. 중학생 이상의 학생들 사이에서는 온라인으로 한국의 교과목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다양하게 출시된 인공자능(AI) 활용 학습 프로그램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학부모 조사 결과, 디지털 교육에 드는 비용은 '없다'로 응답한 이가 48.5%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5만원 미만, 10만원 이상 순으로 조사됐다.
현지의 디지털 학습에 대한 기대수준은 초등학생, 중학생 모두 '보통이다'가 각 80.9%, 60.8%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도 '보통이다'가 36.4%다. '현지에서 만족할 디지털 교육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는 답변은 중학생 29.9%, 학부모 57.6%였다.
김영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호치민IT지원센터장은 “이번 조사는 베트남 에듀테크에 대한 인지도와 현황을 파악해 최근 높아지는 국내 에듀테크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 수요에 대응하고자 진행했다”며 “향후 에듀테크 수요조사를 한인 학생 외에 현지학생과 학교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