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턱관절협회 기획 임상 연재 시리즈 ⑤
김준영 정보통신이사(서울그랜드치과)
㈔대한턱관절협회(이하 협회)는 창립 이후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내 턱관절 질환 분야의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덴탈아리랑은 협회와 함께 개원가를 위한 턱관절 관련 기획 임상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자가 스프린트의 위험성
치과에서 사용되는 턱관절 스프린트(Bite splint) 는 종종 수면 이갈이(sleep bruxism)나 이악물기(clenching)로 인한 턱관절 부위의 손상과 치아의 마모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어 온 장치로, 임상 경험상 교합의 부조화나 이갈이에 기인하는 턱관절의 증상에 유효하다고 알려져 있다.
스프린트 종류는 그 형태와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으나, 이 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교합안정장치(stabilization splint)는 교합의 안정을 유도함과 동시에 불균등한 접촉에 의해 생기는 근의 긴장과 부조화를 개선하고, 이상적인 하악과두의 위치 회복을 목적으로 이용된다.
여러 문헌에서 70~90%의 치료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가역적이면서 비관혈적인 치료 방법으로 턱관절 장애의 초기 치료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치료 기전은 상하악간의 안정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저작계의 하중을 분산시키고, 턱관절 장애의 증상과 징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일시적 교합간섭 제거, 충격 흡수, 강한 위약효과(placebo effect), 수면 중 폐구근의 근전도 활성 감소, 수직 고경의 변화, 하악 과두-관절와 관계 변화, 정복성 관절원판 변위의 치료 효과 등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치과에서 제작된 턱관절 스프린트를 개인 스스로 온라인에서 치과의사의 진단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적절한 치과 의사의 조언이나 감독 없이 구강내 장치를 구입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일반 의약품처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는 자가 스프린트(OTC : over the counter)는 미국에서 거의 20여 년 정도 먼저 사용되어 왔으며, 유럽을 거처 아시아 지역까지 점점 더 많이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자가 스프린트는 제조사별로 악궁을 다 덮을 수 있는 풀 커버리지(full coverage) 스프린트, 전치부나 구치부 부분만 덮는 부분 커버리지(partial coverage) 스프린트 등의 다양한 디자인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열가소성 스포츠 마우스 가드 같은, 개인이 장치를 물에 끓여 장치를 만드는 방식부터, 개인에게 imperssion kit(트레이 및 퍼티)를 보내고, 스스로 만든 인상을 제조사에 보낸 후, 제조사에서 맞춤 제작된 스프린트를 개인에게 다시 보내주는 방식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환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가 스프린트는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고, 치과에서 만드는 장치보다 아주 저렴하여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환자와 일반인들에게 이갈이 및 이악물기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고 주장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가 스프린트는 치과의사가 알아야 할 여러가지 중요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자가 스프린트 장치 제작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자가 진단하는 것에 의존하며, 이는 단순히 이를 갈고, 이를 악무는 것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안면 통증이 있는 환자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자가 스프린트를 구입할 수 있지만, 통증은 이갈이와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을 수 있으며, 전문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받을 기회가 지연되거나 상실될 수 있다.
또한 자가 스프린트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려는 환자는 이러한 제품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알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부분의 판매 사이트에서는 안전 경고가 없거나, 사용 연령 제한 조차 언급되고 있지 않다. 안전에 관한 정보(올바른 착용시간, 문제점이 생겼을 때 지침 등)가 제공되더라도 환자가 어느 정도까지 이해하고 준수하는지도 알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여러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는 법적 의무조차 없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기성 스플린트를 인터넷에서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몇 가지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개인의 구강 구조나 상태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사용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 충분하지 않은 맞춤 상태
자가 스프린트는 다양한 사람들의 구강에 맞추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개인별 차이로 인해 적절히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본을 뜬 후 제조사에서 다시 제작하는 자가 스프린트라고 하더라도 구강내에서 잘 안착되는지 확인이 힘들며, 이는 이갈이 및 이악물기 방지나 턱관절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2. 턱관절 질환의 악화 위험, 교합 변화 가능성
잘 맞지 않는 자가 스프린트는 구강 내부에 과도한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원치 않는 치아 움직임으로 부정교합을 발생 시키거나, 턱관절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교합 변화의 가능성은 부분 커버리지 스프린트를 사용할 경우 더욱 더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3. 구강 건강 문제
적절한 위생 관리가 되지 않는 스프린트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구강 내 세균 증식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염증이나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심하게 마모되거나 파절된 스프린트를 사용할 경우 구강 조직에 상처를 유발할 수도 있다.
4.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실패
이갈이 및 턱관절 문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치료 방법 역시 다를 수 있다. 치과의사의 진단이나 상담 없이 자가 스프린트를 사용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치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턱관절 스프린트를 제작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치과의사들은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상태를 평가하여 올바른 턱관절 스프린트 장치를 제작하고, 치료 목적에 맞는 적절한 스프린트 사용법과 유지 관리 방법을 환자들에게 지도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